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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27)는 거제의 한 신경정신과에서 3년 전부터 치료를 받아 왔으면 최근 1년간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모는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경찰에 조사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 4일 또 한명의 아이가 학대를 당해 숨을 거뒀다. 9세 소년은 일곱 시간 동안 여행가방 안에 갇혀있었고 계모는 아이를 가둬놓고 태연히 외출했다.
계모는 한 달전에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아이는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아이의 몸에 난 상처 등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이가 분리 의사를 보이지 않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런 아동학대는 시작은 우발적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반복된다. 실제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간 다시 학대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77%가 친부(44%), 친모(30%)이고, 발생 장소의 79%가 집 안인데도 경찰 조사를 받은 아이들의 82%가 집으로 돌아갔다. 이는 아동복지법 4조의 ‘원가정 보호 원칙’에 따라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서 보호할 경우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10건 중 8건 이상이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을 한 집에 둔 것이다.
분리 장소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전체 분리 아동 3500여명 가운데 학대 피해 아동 쉼터에 있는 아이는 채 3분의 1도 안되고, 나머지 3분의2는 친척 집 등에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 관행 등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성하고 있다’는 아동학대를 벌인 가해자들이 늘 하는 얘기다. 이 말만 듣고 또 아동이 그냥 집에서 살겠다고 하는 말만 듣고 무조건 그냥 돌려보내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력 있는 상담원을 배치해야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 감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표창원 전 의원도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 법상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원에 친권상실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실제 잘 안 이뤄진다”고 현행 아동보호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표 전 의원은 “피해 아동을 누가 맡아서 사랑으로 키워줄 건지 법원에서라도 주저하고 검사도 청구를 주저한다. 어차피 ‘아이는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니라 가정 내에서 아이를 자녀처럼 돌봐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한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위탁가정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이 위탁하는 아동당 정부로부터 보호수당을 받는다”며 “돈이 개입되니까 위탁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연고가 있는 위탁가정도 학대부모의 친척이 되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 편’에 맡기는 셈이 된다고 표 의원은 지적했다. 위탁가정의 부재와 부족 현상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동 학대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부모의 체벌로 인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등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하자 법무부는 아동 체벌 금지 법제화를 위해 징계권이 담겨 있는 민법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를 민법에서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서다.
법무부는 10일 “아동의 복리를 위해 민법 제915조의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금지 법제화에 대한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민법상 징계권은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과 정도에 의한 것으로 해석되고 그 범위에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