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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28일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을 확인한 후 “앞으로 증인신문 등 심리할 사항이 많고 제한된 구속기간을 고려하면 더 이상 공판기일 진행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형사소송법 277조에 따라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이 계속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이번 재판부 결정으로 향후에도 궐석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 다른 국정농단 공범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속속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 재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사선 변호인단 총사퇴 등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다. 그는 42일 만에 재판이 재개된 27일에도 ‘건강상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박 전 대통령에게 안내문을 통해 ‘계속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엔 공판기일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고 이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심사숙고의 기회를 준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28일 오전에도 전날과 같이 ‘건강상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보낸 보고서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은 거동을 못할 정도의 신병 등 출석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구속기소 이후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변호인단도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박 전 대통령 석방을 목표로 지연 작전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차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기소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거세게 반발하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구속 연장 결정 이후 열린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거세게 비난했다. 기소 후 법정에서의 첫 발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다시 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어떤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며 “법치의 이름으로 한 정치 보복은 저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호인단도 “추가 영장 발부는 어떠한 이유로도 우리 사법 역사가 치욕적인 흑역사로 기록할 것”이라며 전원 사임했다.
재판부는 결국 지난달 25일 국선전담변호사 5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지정하며 재판 속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의 접견 요청을 거부하며 재판 보이콧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