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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시한폭탄…완성차·협력사 공멸” 산학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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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웅 기자I 2017.08.22 10:21:44

자동차산업협회 주최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 개최
“통상임금 판결 치명타 될 수…노사관계 불균형 해소 시급”

22일 오전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가 끝난 후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 산·학·연 관계자들이 최근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모았다. 이들은 기아차 통상임금에 관한 사법부의 판결이 자동차산업과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지기를 간절히 요청하고,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차산업 위기 속 “노조·규제까지 발목”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2일 오전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진행 현대자동차(005380) 사장, 박한우 기아자동차(000270) 사장, 황은영 르노삼성자동차 본부장이 완성차 업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부품업계에선 이정우 영신금속공업 사장이 참석했고, 학계에선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한국자동차산업학회에서는 김수욱 회장과 이지만 연세대 교수가 자리를 채웠다. 이와 함께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영섭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통상임금 소송을 앞둔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수당이 50%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판결을 존중해 과거(소급) 분을 지급할 수 있지만, 중국·미국시장에서 판매가 저조하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태에서 과거 분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며 “(수당이 50% 인상되면) 미래 분도 걱정으로,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노동시장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이어 “통상임금 관련 노동부 지침과 법이 달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하나로 정리해서 불확실성을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통상임금 소송을 앞두고 본인 명의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데 대해서는 “피고 대표로서 재판부에 최소한의 사정을 설명하고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정부 차원의 내수진작책이 시행되길 기대했다. 박광식 현대차 부사장은 “해외 시장이 어렵고 국내에서도 작년보다 자동차 판매가 줄고 있다”면서 “내수 안정화를 위해 정책적 제도를 검토해주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투자 기업을 대표해 나선 황은영 르노삼성 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르노닛산얼라이언스 소속으로 공장과 R&D센터가 글로벌에서 경쟁한다”며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가장 힘든건 불확실성이다. 규제, 노동환경 등이 대승적으로 잘 갖춰져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환경들이 조성되어야 외부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중립적 노사정협의체 마련 촉구

노사관계의 불균형에 대해서도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두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내수와 수출, 생산 삼각축이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세계 3위에서 5위로 떨어졌고, 생산량도 5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자동차 산업이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할 시점인데, 오히려 중국, 멕시코 등 후발개도국에 바짝 쫓기고 있다”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 상황을 설명했다.

기아차 통산임금 문제에 대해선 ‘시한폭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통상임금 문제, 시한폭탄이다. 법의 통상임금 정의가 백지상태라 노동부 지침 아래 노사가 협의해 최대한 인상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의를 깨고,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해 덤으로 얻어낸다는 자체가 신의칙을 저버린 ‘이중플레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인건비가 세계 최고로 높고, 영업이익률은 최하위 수준이다. 통상임금 문제가 업체에 불리하게 나오면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 부담까지 지게 돼서 산업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행정부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주길 부탁하고, 정부도 행정지침 그대로 입법화해줄 것을 간청한다”고 밝혔다.

김수욱 서울대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노사 관계도 변해야 한다”며 “자동차는 인건비 부담이 높은 산업이다. 인건비 부담 늘어나면 고정비가 늘어나고, 고정비가 늘어나면 새로운 제품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R&D, 투자 역량 줄어드는 게 자명하다. 협력적 노사관계의 규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는 정부가 학계와 함께 노사정 협의기구를 가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노사정 시스템은 사측이 소수이기 때문에, 사측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협회와 완성차업계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중립적 인사가 주도하는 미래지향적인 노사협의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완성차와 생명을 함께 하는 부품업계 역시 위기 상황을 공감했다. 이영섭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현대기아차만 보더라도 1차 340개, 2·3차 5000개 협력사가 있다”며 “중국에선 현재 6개월째 대금이 지연되고 있고, 생산까지 줄어드니까 협력사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는 완성차업체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깊다”고 말했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오늘도 당장 파업 때문에 납품이 얼마나 줄 것인가. 또 협력업체 돈 줘야 하는데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나왔다”며 노조와 완성차업체가 임단협을 한번에 3~5년치를 하는 법을 만들어줬으면 부탁을 드리고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이날 간담회에서 공개한 ‘자동차산업 글로벌 경쟁력 위기 상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의 내수·수출·생산은 모두 2년 연속 감소했다. 부품 수출 역시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다. 공장가동률도 2014년 96.5%에서 올해 상반기 93.2%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213만 원으로, 도요타(9104만 원), 폭스바겐(8040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고, 5개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임금 비중도 12.2%로 폭스바겐(9.5%), 도요타(2012년 7.8%)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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