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미국 방문을 마치고 내일(24일) 귀국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겁다.
정권 창출에 공이 컸던 최측근들이 잇따라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이며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가 하면 내년 총선·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닌 10·26 서울시장 재보선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외변수로 달러-원 환율이 연일 치솟으면서 물가불안을 가중시키고 주가도 급락 장세를 연출, 국민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 `사면초가`인 셈.
◇ 자고나면 터지는 측근비리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 박태규씨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신재민 전 문화부1차관과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 등 현 정부 실세들도 잇따라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이며 파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리 의혹이 더 확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신 전 차관에게 지난 10년간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또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 일본 출장을 갔을 때도 수백억원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명된 인사 모두 현재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다"며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인사들이 불미스런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정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수 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집권후반기 국정기조로 제시한 `공생발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레임덕(권력누수) 위기에 몰렸다.
◇ 서울시장 재보선 `적신호`
한 달여 남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정국 운영의 뇌관이다. 정치권의 선거일정을 무려 6개월이나 앞당겨 놓은 이번 보선결과에 따라 정치지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국민시선이 정치쪽으로 급격히 쏠릴 경우 국정 계획에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선거패배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범야권에서는 `안철수 바람`을 등에 업고 한명숙 전 총리와 협의를 통해 단일화에 성공한 박원순 변호사가 일찌감치 부상한 가운데 민주당도 4명의 경선후보를 내면서 선거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범야권의 대항마를 찾다가 결국 나경원 후보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결국 범보수의 이석연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분열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재 범야권의 박 변호사와 한나라당의 예비후보 나경원 의원의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박 변호사가 나 의원을 7~18%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시장 요동..물가 비상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 악재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경제여건도 동반악화되고 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급변동 하면서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23일 코스피는 100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1700아래로 밀렸다.
청와대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외 변수에 따른 악재를 컨트롤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물가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발 악재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