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인천공장. 건물 사잇길로 지게차들이 쉴새없이 부품들을 나르고 있었다. 곳곳에선 굴삭기 조립작업이 한창이었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가 공장을 무겁게 짖누르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
공장을 가로질러 인천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 '신뢰성 평가센터'.
이곳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생산하는 굴삭기의 품질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품질이 좋아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품질 제일주의가 실현되는 곳이기도 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뢰성 평가센터는 지난 96년에 총 300억원을 투자해 설립됐다. 13개의 실험실에 총 400여종의 실험도구를 갖춘 이곳에는 약 50여명의 전문인력들이 굴삭기의 최종 품질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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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구조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커다란 소음과 함께 거대한 굴삭기의 팔이 상하좌우로 수없이 접고 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부장은 "여러방향으로 반복되는 힘을 가해 각 부분별 내구성을 테스트 하는 것"이라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경우의 수를 늘려 시험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굴삭기 팔의 거대한 덩치에 입이 딱 벌어졌다. 자세히 보니 그 거대한 굴삭기 팔에 장착된 각종 부품 등은 매우 정밀하게 조립돼 있었다. 그리고 굴삭기 팔 주변에는 전문 인력들이 실시간으로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굴삭기 팔의 웅장함에 놀란 것도 잠시, 다음으로 방문한 기후실험실에는 더욱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로 초대형 굴삭기를 영하 30도의 온도에 얼려둔 것. 굴삭기 곳곳에는 한 겨울에 처마밑에서나 봤던 고드름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곳은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까지 극한의 기후환경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곳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가 전세계 곳곳을 누비는 만큼 어떤 기후 조건에서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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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의 두꺼운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안에는 콧속이 시릴만큼 냉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굴삭기의 작동상태를 점검하는 현장 직원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통 장비 테스트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부장은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R&D투자는 줄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이 우수해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실험실을 뒤로 하고 복도 건너편 있는 무향실로 향했다. 실험실에 들어서자 외부의 소리가 차단된, 마치 거대한 라디오 스튜디오와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내벽 전체에 두꺼운 흡음 스펀지가 둘러처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제품의 소음과 진동을 측정하여 이상 소음을 제거하고 진동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테스트 한다. 외부의 소음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운전석 내부의 소음원까지 찾아내 최대한 정숙한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신뢰성 평가센터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생산하는 제품들에 사용되는 각종 기초 금속, 비금속, 고무, 플라스틱, 윤활유, 도장용 페인트 등의 기초 원자재 특성을 파악, 좀 더 좋은 성능을 내도록 하기 위한 각종 실험들이 진행 중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뿐 아니라 지게차, 공작기계, 디젤엔진 등과 외부 협력업체, 국내 업체들이 의뢰한 기계장비까지 실험한다.
실제로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5000여건의 개발부품 신뢰성평가, 신제품 설계검증, 필드 하자품의 고장분석과 개선 활동을 펼쳐왔다. 게다가 센터가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인정받은 항목만도 100개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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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 두산인프라코어 신뢰성 평가센터장(상무)는 "현재 이곳의 테스트를 거친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성과 프로세스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내구성과 신뢰성은 물론 유압기기, 소음진동, 기계역학, 설계기술 등에 대해서는 이미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 70톤에 달하는 초대형 굴삭기를 개발중에 있다"면서 "향후 생산될 이런 대형 설비들을 테스트하기 위한 대형 시험동도 내후년까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그는 "정부에서도 각 기업들의 신뢰성 관련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아직은 지원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원을 확대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줬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 상무의 말을 뒤로 하고 기초 소재 테스트실을 둘러본 후 건물을 나서려는 순간, 이 부장이 손을 잡아 끌었다. 꼭 보여줄 것이 있단다. 그래서 그의 손에 이끌려 회의실에 앉았다. 대형 화면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공장 시험현황이 실시간으로 체크되고 있었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개발되고 있는 굴삭기, 지게차 등의 대수는 물론 가동률, 테스트 현황과 결함 발견유무, 여기에 결함 조치사항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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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언제 어느 곳에서든 접속해 해외 상황을 체크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중국에서 테스트가 어려운 항목들은 이곳으로 들여와 테스트 후 그 결과와 조치사항 등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하든 '두산인프라코어'라는 상표가 붙는 제품에 대해서는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늦은 오후. 두산인프라코어 신뢰성 평가센터를 나서는 순간, 센터 앞에 거대한 굴삭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저 굴삭기는 테스트가 끝난 모양이네요. 상태가 좋아 보이는데요"하자 이 부장은 웃으며 "저 굴삭기는 불량품입니다. 다 완성됐더라도 곳곳에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 보이시죠? 저 제품은 다시 공장으로 들어가 다시 제작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품질=소비자 신뢰 확보'라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공식을 직접 실천해가고 있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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