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원석기자] 금융감독원이 한국은행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에 대해서 `수용곤란`의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회의 한은법 개정 논의 방향에 대해 금감원이 사실상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 한은 강화 입법 저지? 금감원 보고서 `주목`
20일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금감원은 한은법상 설립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을 추가하는 것을 포함해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조사권, 검사 요구권 등을 한은에게 부여하는 것에 대해 모두 `수용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문건은 금감원이 작성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에 소속된 의원들에게 전달됐다.
문건에 따르면, 금감원은 한은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금융안정은 정부, 감독기구, 중앙은행이 공조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은은 기존 통화정책 수단만으로도 충분히 유동성 공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G-20에서도 금융시스템 안정과 관련한 중앙은행의 역할 또는 정책수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전된 사항이 없어 현 상태에서 목적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현행 한국은행법으로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은의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시 탄력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에게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원 입법안 취지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한은의 지급결제망에 참여하게 돼 이에 따른 감독권한이 필요하다는 논의에 대해서도 “지급결제업무도 정부와 감독당국, 한은의 주요 책무 중 하나로 지급결제제도 구축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급결제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한은만의 고유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한은 지급결제망의 확대가 각종 감독권한 강화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는 금감원측 주장을 강조한 대목이다.
따라서 금감원은 한은에게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서면·실지 조사권과 자료요구권, 자료제출 요구권, 공동검사 요구권 등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금감원은 “서면·실지조사권은 실제 검사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사실상 별도의 금융감독기구를 설립하는 것과 동일하다”며 “한은이 이를 수행할 경우 중복규제에 따른 금융회사의 업무부담만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은에 시장안정기능을 부여하더라도 시장의 거시적 분석정보가 필요한 것이므로 굳이 개별 금융회사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금감원은 "현재도 한은은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수행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2007년 MOU 개정 이후 한은이 수시 공동검사를 요청하는 경우 이를 100%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식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금감원측의 움직임에 대해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는 한은의 역할과 권한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주장이 법안 개정 논의에 영향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