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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권 폐지 톤 낮춘 李·尹…플랫폼 규제는 `시각차`

조용석 기자I 2022.03.06 18:17:34

李·尹 전속고발권 폐지 → 원론적 입장 또는 엄정한 행사
“플랫폼 입점업체·소비자 보호” VS “성장성 고려 자율규제”
디테일한 李 공정경제 정책…尹 ‘납품단가연동제 검토’ 눈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 = 뉴시스)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전속고발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수위가 낮아졌다. 특히 검찰 출신인 윤 후보의 변화가 눈에 띈다. 다만 다른 공정경제 정책에서는 을(乙) 보호에 초점을 맞춘 이 후보와 기업 자율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윤 후보의 차이가 뚜렷하다.

◇ 李·尹 전속고발권 폐지 → 원론적 입장 또는 엄정한 행사

6일 양 당 선대위 및 정책본부 등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강경한 전속고발권 폐지 입장에서 선회한 분위기가 뚜렷하다. 전속고발권이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 위반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형사 처벌이 남용돼 기업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공정위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전속고발권을 행사한다는 비판과 함께 폐지 여론이 꾸준히 있었다.

먼저 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에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공정경쟁질서 확립을 위한 공정위 기능강화’ 관련 여러 세부 공약 중 하나로만 언급됐다. 당 내부에서는 공약집에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다. 실제 선관위에 등록한 ‘10대 공약’에는 아예 빠졌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꾸준히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민주당의 변화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검찰권 강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하다가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권 강화 우려로 포기한 바 있다. 특히 윤 후보가 검찰 수사범위 확대 등 검찰권 강화 공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수위조절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측은 “전속고발권 폐지 의지는 여전히 있지만 원론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해도 문재인 정부가 시도했던 가격이나 입찰 담합 등 경성담합(하드코어 카르텔) 분야에 한정된 전속고발권 폐지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윤 후보는 전속고발권 관련해 ‘폐지’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엄정하고 객관적인 행사’라고 썼다. 또 의무고발요청제를 보유한 중소기업벤처부와도 조화로운 운용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 후보보다 더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볼 수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민의힘 측은 “전속고발권 폐지하면 경제사건에 대한 전문적 조사능력 확보문제, 외국에 비해 과도한 형벌규정의 정비 필요성, 고발주체 다양화로 인한 중복적 법집행 우려 등 검토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 법집행의 효율성 및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을 선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무고발요청제에 대해서도 “활발히 이용되지 못하고 나아가 무분별하게 행사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며 “중요한 것은 고발 요청의 많고 적음이 아닌 의무고발요청제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의 의무고발요청 남발로 인해 기업과 사건을 받은 검찰의 판단 부담만 커졌다는 비판을 대폭 수용하겠단 취지로 보인다.

◇ “플랫폼 입점업체·소비자 보호” VS “성장성 고려 자율규제”

플랫폼 정책부터는 두 후보의 색이 뚜렷이 달라진다. 이 후보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 및 소비자 보호에 확실한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윤 후보는 ‘최소규제’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독과점 폐해 방지’를 목적으로 △플랫폼 입점업체의 단체 결성권 및 협상권 부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연대 기금 조성 추진 △입점 사업자 법·제도 정비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소비자간 거래에 대한 피해방지 및 구제제도 마련도 약속했다. 이 후보 공약의 주요 기조인 ‘을 보호’를 플랫폼 정책에 적용한 셈이다.

윤 후보 역시 ‘불공정 행위 규제’ 및 ‘소비자권익’를 언급하고 있으나 ‘플랫폼 분야 특유의 역동성 및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필요시 최소규제’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 측은 “현 정부는 플랫폼 특성과 시장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규제를 단순 신설 또는 연장하는 접근을 취했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처 간 갈등도 있었다”며 “섣부른 규제를 지양하고 일단 자율규제 중심으로 접근하되 구조적 개입 필요성이 있는지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테일한 李 공정경제 정책…尹 ‘납품단가연동제 검토’ 눈길

전체적인 공정경제정책은 이 후보 측이 세세하다. 민주당은 △소상공인·대기업 수준의 맞는 과징금 체계 △공정위 사건처리 신뢰 제고를 위한 조사상황 공개 입법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지자체와 협력 확대 △불공정 거래와 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배상 △가맹·대리점 매출액 비례 수수료 납부 체계 등도 공정경제 관련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윤 후보는 원자재 가격 변화를 자동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검토 공약이 눈에 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2008년을 시작으로 선거철마다 등장하나 실현한 정부는 없다. 윤 후보 측은 “먼저 납품대금조정협의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시도 후 충분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납품단가 연동제 과감한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규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 모두 뚜렷한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이 후보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대기업 규제가 더 엄격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은 현행 재벌 규제 일변도의 대기업 정책이 효과가 낮다고 판단, 집권 후 기존 제도를 먼저 검토한 후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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