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000830) 주주총회 의결권 대리인 이름을 잘못 공시한데 대해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우리나라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잘못 공시한 행위의 고의성과 내용의 중요성을 기준으로 위법여부를 판단하며 단순 실수로 결론나면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엘리엇이 지난달 24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2명을 삼성물산 주주총회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에 대리인으로 기재한 뒤 공시한 데 대해 공시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안진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들은 의결권 대리인으로 위임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엘리엇이 거짓으로 이름을 기재하고 공시해 회계법인 신뢰에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엘리엇과 삼성물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그룹은 안진회계법인의 주요 고객이다.
공시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우선 엘리엇이 잘못 공시한 내용이 시장과 주주 의결권에 혼란을 줄 만큼 중요한 지다.
금융당국이 엘리엇을 제재할 수 있으려면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이름을 엘리엇의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 참고서류에 잘못 기재한 것이 시장과 의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단순히 회계법인과 개인 신뢰와 명예 등을 훼손한 것은 제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진 못한다. 게다가 엘리엇이 고의로 회계사들의 이름을 공시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엘리엇이 실제로 제재를 받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엘리엇은 회계사 이름을 잘못 공시한 사실을 인지한 뒤 지난달 30일 정정공시를 했기 때문에 단순 실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엘리엇이 공시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되면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의 중요사항 허위 기재나 기재누락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안진회계법인의 고소, 고발로 검찰도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개최일인 이달 17일 전까지 제재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찰과 함께 엘리엇의 의결권 대리인 공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단순 실수인지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알수는 없지만 주주총회일 전까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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