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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디지털이 몰아낸 아날로그의 추억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도 극장에 걸린 영화간판 얘기만큼은 빼놓을 수 없다.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는 변화는 도시 중심가에 자리잡은 극장에서 왔다. 정확히 말하면 극장 정면에 걸린 거대한 그림판에서다.
손으로 그린 영화간판엔 인생의 희비와 고락이 농축돼 있었다. 거칠고 투박하게 표현된 간판 속 영화인생들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시대의 변화를 알렸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상이 극장이라고 피해가지 않았다.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영화간판은 매끈하고 잘빠진 디지털 출력에 자리를 내주었다.
기억 저편으로 물러났던 수제(手製) 영화간판이 돌아왔다. 기획전 `사라진 화가들의 영화`를 통해서다. 전시는 그 시절의 기억과 오늘의 풍자를 곁들인 그림전이다. 수제 영화간판의 형식과 기법을 차용해 향수를 풀어낸 작품들을 선뵌다. 그림에 박은 문구로써 당시 사회 분위기를 은근하게 비꼰 작품도 볼 수 있다. 14점을 걸었다.
무엇보다 전시는 과거 `간판장이`로 불리던 작가들을 불러모은 의의가 크다. 특히 `국내 영화간판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화가 백춘태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 백 작가는 1960년대부터 40여년간 단성사·대한극장·국도극장 등의 영화간판을 그렸다. `겨울여자`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 수천 개의 영화간판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이번 전시에선 영화이미지들을 몽타주 기법으로 작업한 `아름다운 시절 2`와 함께 그가 예전에 작업했던 영화간판 사진자료를 곁들여 전성기 시절을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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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작가의 뒤를 이어 활동한 강천식, 김영준, 김현승, 김형배의 작품도 소개된다. 강천식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이미지를 끌어와 사라져간 수제 영화간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형배는 `애마부인`을 통해 에로영화간판이 1980년대 정권의 정책도구로 이용됐던 시대적 아이러니를 시각화한다. 또 김영준은 자신의 대표작이었던 `영웅본색`의 이미지로써 도시의 쓸쓸한 이면을 표현한 `신영웅본색`을 만들어냈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갤러리에서 31일까지 볼 수 있다. 02-2230-6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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