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사상 초유의 성적 오류 사태를 일으켰던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사건과 관련, 교육과학기술부가 프로그램 제작업체인 삼성SDS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1개월에 달하는 조사 기간과 방대한 규모의 특별점검에 비해 성적 처리 오류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미봉책으로 마무리한다는 교육계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 특별점검단 조사 결과는 '쥐꼬리'
교과부는 차세대 나이스 개발 과정에서 새로 설치된 데이터베이스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자료 연산 오류를 예측하지 못해 성적처리 오류가 발생했다고 2일 밝혔다. 교과부는 외부 전문가 및 현장 교사로 구성된 24명의 나이스 특별점검단을 가동해 지난 8월 한달간 조사를 벌였다.
교과부 조사결과, 삼성SDS는 시스템 가동 이전 충분히 테스트를 이행하지 않아 성적 처리 오류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4월 현장 테스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일부 수정을 거쳤으나 완벽하게 수정하지 못해 오류가 재발됐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나이스는 지난 7월 학기말 성적 처리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고등학생 2만9007명과 중학생 197명의 석차가 정정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해당 학부모와 고등학생들의 반발도 극심했다.
특별점검단은 프로그램 재정비와 품질 보장을 위해 데이터베이스(DB)에 내장된 프로그램 1108본과 2학기에 처리할 2259개 주요 기능에 대한 테스트를 다시 수행하라고 삼성SDS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특별점검단이 지적한 사항이 이행될 수 있도록 삼성SDS에 전면적 보완을 요구하도록 하는 한편, 교과부에 대한 자체 감사 및 KERIS에 대한 교과부 차원의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 결과 모르는 손배소로 '유야무야 덮겠다는 의도'
교과부는 또 성적처리 오류로 인한 피해 발생과 관련, KERIS가 삼성SDS에 대한 손배해상 소송 등 법적·행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삼성SDS는 추후 진행과정에 맞춰 법적 대응 등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 입장 표명과 관련 삼성SDS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아직 소장이 접수된 게 아니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일단 접수된 뒤 대응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월 오류 발생 이후 8월까지 다시 자체적으로 오류를 점검·발견했고 조치를 취했다"고도 설명했다.
삼성SDS는 내년 2월 말까지 차세대 나이스의 무상 유지보수를 하도록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러나 계약기간 이후 교과부가 입찰을 통해 유상 유지보수 업체를 선정하도록 규정돼 있어 추후 변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교과부의 사태 처리와 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계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또 시스템 제조업체의 미온적인 대처에도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차세대 나이스는 실패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교과부, 삼성SDS를 함께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프로그램 오류와 점검 소홀을 이유로 해당업체에게 책임을 따지는 미봉책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재점검을 약속했다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은 상존하는 만큼 보다 분명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