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사원 채용 때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 특혜를 주기로 했다.
올해 단체협약 요구안에서 신규채용 때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는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4만 5000여 명의 조합원 중 200명 정도가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최종 결정을 하기 직전까지 여론의 맹비난이 이어졌다. `고용까지 세습한다`, 노동귀족 가문을 만들어 대대손손 특혜를 누리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라는 혹평들이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러잖아도 `대기업 정규직 노조=귀족노조`의 대표격으로 현대차노조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자신들의 이익만 지키려고 파업을 일삼고, 비정규직 고용 문제는 뒷전으로 생각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결정은 당장은 몇백 명의 조합원 이익에 들어맞을지 모르지만 결국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
현대차는 2004년 이래 생산직의 정규직 신규채용이 동결했고, 이 때문에 사내하청 비정규직만 8000명으로 늘었다. 대물림으로 내 자식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들 장기적으로는 바늘구멍(정규직 일자리)만 더 좁아질 수 있다. 일자리 부족의 악순환을 가속하는 꼴이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5%로 40만명 가까이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다. 올해 대졸자 10명 중 절반은 일자리 부족해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 역시 고용불안과 차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직원 평균 연봉 7400만 원에 달하는 귀족노조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은 `나 몰라라` 한채 직장마저 대를 이어 세습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면 자신의 입지는 더욱 약화될 것이다.
자기들끼리만 일자리를 나누다 보면 인재가 안 몰려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또 국민의 시선이 차가워지면 현대차에 대한 애정도 식을 것이다.
최근 `슈퍼스타K`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수의 꿈을 가진 도전자들에게 노래 실력만 있다면 조건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게 매력이었다.
반면 `나는 가수다`는 실력파 가수들의 노래를 오랜만에 진지하게 들어볼 수 있다는 좋은 취지에도, 처음부터 룰이 깨지면서 시청자들의 강한 반감을 샀다.
모두 관심을 끌었던 흥행요소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흔들림 없는 원칙`이 기저에 깔렸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차노조는 30년간 노동운동의 선봉에서 맏형 역할을 해왔다. `이 땅의 노동자는 하나`라는 노동현장의 구호처럼 노조의 정신이 깨어나길 바란다.
요새 자주 회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 사회`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현대차 노조가 스스로 공분과 비난의 이유를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