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호가 오류` 단순실수냐 고의냐

김춘동 기자I 2009.03.25 15:14:11

정보 단말기 사업자와 경쟁관계 `고의성 짙다` 의혹
사고원인 차세대시스템 아닌 코스콤 내부시스템인듯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이 주요 정보 단말기 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국채 호가정보가 3일째 삐걱대면서 고의성 논란이 일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23일 5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돈이 투자된 차세대 IT시스템을 오픈했다. 한 차례 오픈 일정을 연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큰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차세대시스템 가동과 함께 정보 단말기 사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채권 호가와 체결 데이터 등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채권의 경우 거래단위가 커 호가와 체결 데이터의 정확성과 속도가 아주 중요하다.

채권거래 관련 데이터는 거래소가 자회사인 코스콤을 통해 다른 국내외 정보 단말기 사업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코스콤 역시 자체 단말기인 체크를 통해 정보서비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코스콤은 거래소로부터 공공성이 강한 기초 테이터인 매매정보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아 정보 단말기 사업자와 증권사들에게 제공하면서 독점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단말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보니 다른 정보 단말기 사업자들과도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이러한 역학관계에 따라 이번 채권 호가 오류가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따른 단순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고의성이 짙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의도적으로 오류를 일으키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방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차세대시스템 적용과 함께 코스콤이 내부시스템을 변경하면서 충분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거나 테스트가 크게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오류대응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코스콤의 자체 단말기인 체크에는 정상적으로 호가정보가 제공되고 있어 이 같은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코스콤의 정보분배프로그램은 체크용과 체크 이외의 다른 정보 단말기용 등 듀얼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고의 원인은 거래소의 차세대시스템보다는 코스콤 내부의 정보분배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스콤의 정보분배시스템은 장내외 채권 호가와 체결 정보 등을 모아서 체크를 비롯한 다른 정보단말기에 송출하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 오픈과 함께 국채 호가정보 오류가 발행했지만 직접적으로 큰 연관은 없으며 오히려 코스콤의 정보분배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실제로 채권정보시스템은 이미 지난해 3월 먼저 개발을 끝내고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이번에 차세대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코스콤의 내부시스템도 같이 변경됐다"며 "채권 호가 오류는 차세대시스템 보다는 코스콤의 내부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코스콤 측은 고의성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코스콤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앞두고 다른 정보 단말기와 사전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다른 단말기 사업자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오류를 일으킨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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