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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어린이집 하원 챙기고, 러닝모임 참석” 은행 주4.9일제가 만든 ‘신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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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기자I 2026.05.01 06:00:00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하는 주 4.9일제
기업·국민·농협·신한·하나은행 등 시행 중
“금요일 여유 생겨서 가정·취미생활 늘어”
동기들 모여 저녁 먹고, 다음 약속 위해 단장
금융노조 ‘급여삭감 없는 4.5일제’ 강력 주장
경영진은 “고객 업무 차질 우려” 신중론

지난 2월 19일 서울 시내 은행 대출 창구. 2026.02.19. 자료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A은행 본부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금요일 한 시간 빠른 퇴근을 통해 딸의 어린이집 하원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팀장은 “평소에는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하원 시간을 조정해야 했다”며 “금요일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생기면서 한 주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며 주 4.9일제에 만족한다고 했다.

B은행 직원 박모씨는 매주 금요일 퇴근 후 러닝을 하며 일주일간 받은 스트레스를 하고 있다. 러닝크루 모임에 참석하는 등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박씨는 “특히 금요일에 1시간 일찍 퇴근하니 워라밸이 좋아졌다는 체감 만족도가 크다”며 “스트레스가 풀리니 평일 업무 생산성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이른바 주 4.9일제를 실시한 지 1~2개월째, 은행 현장에서는 고객·직원들의 혼란 없이 주 4.9일제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도입 초기에는 영업점에서 1시간 단축 근무에 맞춰 업무를 서둘러 마감해야 하는 등 직원들이 적응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지금은 사전에 업무 일정을 조율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주 4.9일제를 도입한 은행에서는 직원들이 다음 약속을 준비하는 신(新) 풍속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 본점에서는 퇴근한 직원들이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은행 로비에 삼삼오오 모이고, 각 층 화장실에는 다음 약속을 준비하기 위해 용모를 점검·단장하는 모습도 흔해졌다.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한 은행 직원은 “그동안 관심만 갖고 있던 와인 동호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예전에는 퇴근 후 모임 장소로 이동하면 시간이 빠듯했는데 이제는 준비하고 여유있게 이동할 수 있다. 금요일 저녁에 나만의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즐겁다”고 했다.

올해 은행들은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인 주 4.9일제를 노사 합의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이 지난 3월 6일부터 정식 시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3월 27일, 신한은행은 4월 1일 각각 시작했고 하나은행도 4월 17일부터 1시간 조기 퇴근제를 적용했다. 우리은행은 노사합의 사항에 포함돼 있지만 언제부터 시행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서는 내년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투쟁 출정식을 열고 올해 핵심 요구안에 ‘급여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포함했다. 금융노조는 5월 말 대표교섭을 갖고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산별교섭에 나선다. 지난해 4.5일제 도입을 두고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진통을 겪은 만큼 올해에도 노사 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요일 오전에만 근무하면 영업점 교대근무 등 인력운용에 차질이 생기는 데다, 전체적인 근무시간 축소로 인한 경영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금요일에 업무 회의나 미팅이 어려워지고, ‘금요일은 노는 분위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게 경영진의 고민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영업점 내점, 대면 상담, 기업금융·자금결제 등 주 4.5일제 도입 여부나 방식이 고객의 은행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객 편의와 직원 근무환경 개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 4.5일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금융권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산업군이 동참해 사회 전반에 걸친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주 4.5일제를 실효성 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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