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댓글 일부만 보고 명예훼손 판단…헌재 "평등·행복추구권 침해"

성주원 기자I 2024.03.08 12:00:00

인터넷 기사에 댓글…檢, 명예훼손 기소유예
A씨, 헌법소원심판 청구…"댓글전문 확인해야"
헌재 "맥락상 비방 아냐…자의적 검찰권 행사"
"표현의 자유, 핵심 기본권…제한은 최소한"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뉴스기사 댓글 전문의 맥락에는 비방목적이 없었음에도 ‘일부 표현’에서 비방목적이 인정된다며 검사가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명예훼손죄의 범죄구성요건 성립 여부와 관련해 △해당 뉴스기사의 내용 △해당 댓글이 기재될 당시 관련 댓글들의 상황 △해당 댓글의 전문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판시한 헌재의 첫 결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
헌재는 지난달 28일 “지난해 3월 30일 부산지검 서부지청 2023년 형제4464호 사건에서 검사가 청구인에 대해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이었다.

변호사시험 준비생이던 A씨는 2016년 8월 24일 전직 리듬체조 선수 B씨 관련 인터넷 포털 뉴스기사에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 수혜자가…”라는 표현이 들어간 댓글을 게시했다. B씨는 자 비네르의 성적조작과는 무관했다. A씨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피의사실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댓글의 일부 표현이 아닌 댓글 전문을 확인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수사기관에 주장했던 A씨는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실제 해당 댓글 전문은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의 수혜자가 ○○○(B씨)라고 치자. □□□도 러시아에 월 3천에 유학갔는데 왜 성적이 고따구였지?? 그리고 이번에 러시아동행단에 일본 △△ 선수도 있었는데 비네르가 그렇게 전지전능하다면 왜 그 선수 결선진출도 못시켜줬는지??”였다.

이에 헌재는 “해당 뉴스기사 내용과 당시 댓글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A씨는 B씨가 성적조작의 수혜자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B씨를 응원하는 맥락에서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의 수혜자가’라는 표현을 일부 사용하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며 “검사는 댓글 전부에 대해 충분히 수사하지 아니한 채 일부 표현만을 근거로 비방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현저한 수사미진 및 중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으로 이뤄진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함과 동시에 타인의 명예를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선언하고 있으므로, 인터넷 포털 뉴스기사 댓글란에 기재된 댓글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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