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도마에 오른 금융권 `전관특혜`…재취업 심사 `유명무실`

이성기 기자I 2020.11.12 10:14:59

유광열 전 금감원 부원장, 퇴직 5달 만에 피감기관 사장 내정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기만료와 함께 손보협회장으로
공직자윤리법상 고위 공직자 3년 이내 유관기간 재취업 금지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금융권에 만연한 `전관 특혜` 문제가 잇달아 도마에 올랐다.

11일 진행된 예결특위 비경제부처 심사에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SGI서울보증보험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을 문제삼았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이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보증 대표이사 후보추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10일 유 전 부원장과 김상택 현 서울보증 사장 등 2명에 대한 면접심사를 실시한 뒤 유 전 부원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보증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유 전 부원장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하고 이후 임시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 의원은 지난 6월 퇴직한 유 전 부원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 승인도 전에 지원한 점을 문제삼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 퇴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간 일했던 기관·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이나 공기업, 로펌 등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을 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조 의원은 “심사도 안 받고 공모에 응하는 게 맞는 처사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황 처장은 “공모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닌데 공모에 응했다해도 이사회에서 선임되고자 하는 경우 심사를 받아야만 하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심사도 받기 전에) 내정을 발표하는 게 맞는가. 이런 상황에서 심사가 정상적으로 될 수 있나”면서 “요식 행위가 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황 처장은 “내정 발표와 심사는 무관하다”며 “엄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취업(승인 여부를)결정하고 있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조 의원은 “실질적으로 심사 기능을 무력화하고 요식 행위·들러리 밖에 안 되는 것”이라면서 “이런 역순으로 가는 건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 10일 예결특위에서 임기 만료가 되자마자 손해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유 전 부원장 사례를 거론한 뒤, 금융권에 만연한 전관 특혜 문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모든 사기업이나 협회가 기관에 유리한 관련 공직자를 모셔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면서도 “4년 뒤, 5년 뒤 내가 갈 수도 있는데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냐. 그럼 공무원 재취업 심사는 왜 있냐”고 말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다음에 갈 걸 대비해서 봐줄 거라고 예단하면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냐. 소신껏 일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공무원 전체를 다 모독하는 일”이라면서 “최적의 사람, 능력 면에서 훌륭한 사람이 기관에 가서 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보답”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전관특혜·전관예우 얘기했는데 그게 공무원 모독하는 거냐”며 “제도 개선을 말씀드리는데 그렇게 대답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성호 예결위원장 또한 “금융위원장은 공무원의 선의를 믿어달라고 하지만 국민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고민을 해 금융위 차원 대책 마련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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