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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005490)는 1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권 회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임의 표면적 이유는 건강 악화다. 지난 4년간 구조조정과 창립 50주년 행사 추진에 따른 과로가 누적돼 최근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권 회장의 이번 조기 사임을 두고 재계가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 그동안 권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차례에 걸친 대통령 해외순방 수행단 명단에 단 한 차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더해 최근 황창규 KT 회장의 경찰 조사 역시 권 회장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포스코 전임 회장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기 사임을 반복해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재계의 시선에 힘을 싣는다. 국영기업이었던 포스코는 2000년 9월 민영화됐지만,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기를 반복했다.
권 회장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은 2009년 1월 취임해 201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2014년 3월 임기를 1년 4개월여 남겨두고 사임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취임한 정 전 회장은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물러나게 된 셈이다. 당시 정 회장 역시 임기 중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해외순방 수행단에서 연이어 배제되는가 하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2003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포스코를 이끌었던 이구택 전 회장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노무현 정부 때 취임한 이 전 회장은 2007년 1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 2008년 말부터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를 조건으로 국세청장에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조기 사임 수순을 밟았다.
민영화 이전에도 여 러명의 회장이 조기 사임했다.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1968년 4월∼1992년 10월)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했다. 이어 황경로(1992년 10월∼1993년 3월), 정명식(1993년 3월∼1994년 3월), 김만제(1994년 3월∼1998년 3월),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들 역시 정권 교체 시기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임을 반복해 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그 동안 정권 교체에 따라 회장이 교체되는 흑역사를 이어왔다”며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민영화된 이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반복되면서 재계에서는 이미 기정 사실화된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