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며 건설사의 살림도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순이익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잃어버린 20년’에서 드디어 탈피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종합건설사 4곳(다이세이·카시마·시미즈·오오바야시구미)의 지난해 순이익 총 합은 2721억엔으로 연결기준으로 회계를 적용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 4개사의 부채를 자산으로 나눈 비율은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0.69배로 역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부채가 줄어들고 자산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일본 부동산 경기는 아베 신조 총리의 완화정책 ‘아베노믹스’를 타고 살아났다. 전례 없는 돈 풀기에 개인 소비가 확산되며 보수적인 일본 투자자들이 집 투자에 나섰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의 시가지 상업건물의 땅값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부동산 경기가 살자 재개발과 신규 건축 역시 이어졌다.
게다가 지난 2월부터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며 주택 융자를 받는 새로 시민들과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BOJ가 쉽게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며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는 모양새다.
다만 이 같은 호재에도 투자자들은 일본 건설주 매수에는 망설이는 모습이다. 모치즈키 마사히로 크레디트스위스 연구원은 “아직 주주환원의 정책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의 4대 건설사의 평균 배당금은 주당 12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배 증가했다. 다만 배당 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 배당액의 비율)은 10% 후반대로 도쿄증권거래소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이세이건설이 올해는 자사주매입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상태지만 배당금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물론 시장은 일본 건설업체들이 당분간 순항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인프라 투자를 위한 건설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분간 건설사들이 높은 수준의 실적 행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에카와 켄타로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주주환원과 성장에 대한 투자로 관심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며 실적 호재 이후 ‘어떻게 쓸 것인지’가 일본 건설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