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CJ CGV와 CJ E&M 등 CJ 계열사들이 내놓은 5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 구제안을 퇴짜 놓았다. 공정위가 기업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한 것은 제도 시행 후 처음이다.
공정위는 지난 2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CJ CGV(079160) CJ E&M(130960) 롯데쇼핑(023530)(시네마사업본부)의 동의의결 신청 건에 대해 불인용하기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을 제안하면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켜 주는 제도다.
과징금 부과까지 적잖은 시일이 소요되는 데다, 과징금이 실제 업계의 비정상적 관행 시정이나 후생 향상에 투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다음에 처음 도입된데 이어, 올 들어 SAP코리아의 동의의결이 개시됐다.
이들 3개사는 과징금을 내는 대신 소비자 피해 보상과 사회공헌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공정위의 동의의결 신청 거부는 ‘제작-배급-상영-부가시장’ 등으로 수직계열화한 영화사업자의 ‘갑(甲) 횡포’를 밝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결과로 파악된다.
기존 네이버 등 IT기업의 경우 급변하는 시장 환경으로 인해 위법 사실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인 측면이 강했다.
앞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영화 산업의) 불공정행위를 굉장히 많이 적발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도 “위법행위 증거의 명백성, 소비자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동의의결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오는 4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롯데 CJ 영화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동의의결 제도가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동안 정치권 등에서는 기업들이 동의의결제도를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CJ와 롯데의 상생지원 구제안이 그간 불공정행위를 씻을 만큼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CJ그룹은 지난 달 21일 시정안과 함께 독립영화사 제작 지원 등 400억~500억원 정도의 상생지원 구제안을 담은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CGV와 롯데시네마의 위법행위의 중대성과 사건의 성격, 공익 부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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