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 카플러스 등 3명.."실험없이 분자 반응 예측"

김혜미 기자I 2013.10.09 22:37:20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결합..컴퓨터 프로그램 토대 마련
신약개발에 응용 활발.."세계 화학계 발전에 큰 기여"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올해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실험을 하지 않고도 단백질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알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세 명의 이론화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론물리학계에선 1998년 월터 콘 미 하버드대 교수와 존 포플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이후 15년 만의 수상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9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마틴 카플러스(83)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와 마이클 레비트(66) 스탠퍼드대 구조생물학 교수, 아리 워셜(73) 남가주주립대학(USC)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마틴 카플러스 미 하버드대 교수·마이클 레비트 스탠퍼드대 교수·아리 워셜 남가주주립대 교수(출처 : 노벨상위원회·위키피디아)
이들 세 과학자는 기존의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결합해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생체 거대분자들의 성질을 알아내고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참(CHARMM)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상위원회는 “오늘날 현실을 반영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화학 분야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업적에 중요하다”며 “이번 수상자들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CHARMM은 카플러스 교수가 지난 198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 레비트 교수와 제자인 워셜 교수가 참여해 약 20년 만에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기존에 화학자들이 사용하던 프로그램으로 가우시안(Gaussian)과 DFT 등이 존재했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원자 수가 30개 이하로 비교적 적은 벤젠 같은 분자들의 화학적 성질 만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CHARMM은 제한이 없어 수천 개의 원자로 이뤄진 단백질의 화학적 성질을 이해하고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CHARMM은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인 앰버(AMBER)와 함께 현대 화학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가장 먼저 거명된 카플러스 교수는 현존하는 화학자 가운데 분자동력학(화학반응 속도론·몰리큘러 다이나믹스)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첫번째로 손꼽히는 대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엽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카플러스 연구팀에서 수학했으며 원영도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CHARMM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생체 거대분자들의 반응 연구는 특히 신약개발에 활발히 응용된다. 원자 수가 20~30개 정도로 비교적 작은 분자들을 이용한 신약은 사실상 거의 다 개발됐으며 이제는 거대분자를 활용하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또 이를 활용한 신약이 체내 단백질과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촉매가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등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있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와 관련해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이론화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온 것은 굉장히 의외”라면서 “규모가 큰 분자의 반응을 추적해 전세계 화학자들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실용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민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는 “기존의 분자동력학에 양자화학을 결합해 효소에서 일어나는 반응 등 이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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