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잇몸으로"…바이두, 엔비디아 대신 화웨이 AI칩 주문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가 미국의 규제로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공급 받기 어려워지자 화웨이에 AI 반도체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AFP)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두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의 대안으로 화웨이 AI 반도체 어센드910B 1600개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서버 200개를 구축할 수 있는 물량이다.

바이두의 주문 총액은 4억5000만위안(약 805억원)이다. 화웨이는 주문 물량의 60% 이상 납품을 마쳤다. 화웨이는 올 연말까지 주문량 전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바이두는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화웨이 반도체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두는 자체 AI 반도체인 쿤룬 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에는 엔비디아의 A100에 의존해왔다. 화웨이의 어센드910B는 엔비디아 A100에 비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중국 내에서 공급 받을 수 있는 반도체 중에서는 가장 정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다른 중국 빅테크 기업과 함께 엔비디아의 오랜 고객사였다. 바이두가 화웨이의 고객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바이두는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 대비해 지난 8월 화웨이에 AI 반도체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등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달 중국 수출용 모델인 A800 및 H800 수출도 금지했다. 엔비디아는 총 7조원 규모의 내년도 중국향 수출 물량을 올해 미리 공급하려 했지만 미 정부가 유예기간 없이 수출 제한 조치를 즉각 발효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바이두의 주문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에 주문해 왔던 수천개의 물량과 비교해선 적은 양이지만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번 주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수출 제한으로 중국 본토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쏟아 붓고 외국 기술 대신 본토 기술을 활용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규제로 인해 화웨이가 9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에서 확장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