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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SRE][번외]스마트폰 시장 ‘춘추전국시대’ 돌입

이재호 기자I 2014.11.10 10:55:00

삼성 독주 끝나고 시장 재편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에는 삼성전자가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애플의 아이폰6가 본격 출시되고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까지 신제품 출시를 늘리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의 아성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시장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무선사업부가 지난 3분기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치는 등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인식돼왔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 노트4’는 9월 국내 출시 이후 첫 주에 초기 물량 3만대가 모두 팔려나가는 등 존재감을 입증하기도 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을 이끈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독주에 ‘제동’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유일한 맞수는 LG전자였다. LG전자는 지난 5월 출시된 전략 스마트폰 ‘G3’가 첫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1만대 이상씩 판매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해 왔던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긴장시키고 있는 주인공은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다. 아이폰 새 모델인 아이폰6(4.7인치)와 애플이 처음으로 대화면을 탑재한 아이폰6 플러스(5.5인치)는 출시 3일 만에 10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아이폰의 무덤으로 불렸던 국내에서도 아이폰6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국내 예약 판매가 시작된 10월 하루 만에 10만명 이상이 예약 가입을 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가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말할 수준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던 중국 업체들까지 하나둘 발을 들여놓고 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 한 곳인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프리미엄 스마트폰 ‘X3’를 국내에 출시했다.

주요 이통사가 아닌 알뜰폰 사업자인 미디어로그를 통해 판매하고 있음에도 소비자 반응은 예상 외로 좋은 편이다. 초기 물량 1000대가 모두 판매됐으며, 10월 초 5000대를 추가로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샤오미의 ‘미(Mi)4’ 등도 오픈마켓을 통해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업체인 ZTE는 스마트폰 2종을 알뜰폰 시장을 통해 팔고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해 화제가 됐던 레노버도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성능 차이 사라져… ‘가격’이 경쟁력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 제조업체 간 스펙 경쟁이 정점에 달하면서 품질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아이폰은 물론 중국 업체들이 만든 스마트폰도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10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열리고 있던 부산 벡스코 월드IT쇼 전시장. 1층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는 X3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품을 구경하러 온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제품은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와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가 탑재됐으며, 3000mAh의 대용량 배터리로 16시간 연속 통화가 가능하다.

X3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던 ‘어센드 메이트7’은 화웨이가 직접 설계한 기린(Kirin) 920 옥타코어 프로세서와 2GB 용량의 램(RAM), 16GB 내장 메모리가 적용됐다. 전시장을 방문한 한 관람객은 “은빛 메탈 소재의 디자인이 섬세하고 고급스럽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여기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 규모가 줄어든 것도 소비자들이 외산 스마트폰에 눈길을 돌리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전처럼 약정만 맺으면 최신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나면서 저렴한 가격에 첨단 사양을 갖춘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4와 G3의 출고가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반면 화웨이의 X3는 절반 가격인 5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3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최신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제품별 스펙 차이가 거의 없어지면서 특정 제품이 제공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UX)과 가치가 구매를 결정짓는 변수가 되고 있다. 아이폰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내년부터 스마트폰 속도경쟁 재점화

내년부터는 한동안 잠잠했던 스마트폰의 속도 경쟁이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운영체제(OS)가 32비트에서 64비트 체제로 전환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 빨라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재 DDR3 D램보다 속도가 빠른 DDR4 D램을 활용한 3GB 램(RAM)이 내년 상반기 중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64비트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물론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업체와 소니 등 일본 업체까지 내년 초부터 64비트 기반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공개되는 갤럭시 S6부터 64비트 AP와 OS가 탑재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시장은 최신 스마트폰이 가장 먼저 소비되는 테스트 마켓(Test Market)의 성격이 강한 만큼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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