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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대단한 일본 연극 한 편이 온다. 일본 연극계의 거장인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신작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다. 니나가와는 이 작품을 들고 한국 관객을 처음 찾는다.
일흔여섯의 노장 연출가 니나가와의 일본 내 입지는 독보적이다. 우선 그는 배우를 혹독하게 훈련시키기로 유명하다. 기무라 타쿠야, 후지와라 타츠야, 오구리 슌 등 유명 배우들도 그의 무대를 거치고 나서야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니나가와 연출의 마술`이라 특화된 연출력도 탁월하다. 연극의 모든 요소를 동원, 순식간에 극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솜씨다. 여기엔 `감동과 전율이 없는 연극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철학이 깔려 있다. 그가 지향하는 연극은 이 철학을 발 아래 둔, 이해가 쉽고 소통이 가능한 형태다.
니나가와는 그리스 비극과 서양 고전에 정통한 연출가로 평가받는다. 1980년대부터 서구 무대에 진출했고, 2002년엔 셰익스피어 작품의 연출력을 인정받아 영국여왕이 수여한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을 받기도 했다. 서양 원작을 충실히 해석하지만 일본 감성도 굳이 배제하지 않는다. 가부키와 분라쿠와 같은 전통극 요소가 적극 차용되는 이유다.
연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니나가와의 24번째 셰익스피어 연출작이다. 초연은 지난달 일본 도쿄 근교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 올렸다. 이번 공연에는 두 명의 연기파 배우를 동반했다. 안토니 역엔 `니나가와 사단`으로 꼽히는 배우 요시다 코타로를 세웠다. 클레오파트라 역에는 가극 배우 아란 케이를 발탁했다. 아란은 특히 재일교포 3세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배우는 로마의 노련한 정치가 안토니와 이집트의 카리스마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비극적 사랑과 정치적 격동을 온몸으로 연기한다. 또 이들과 함께 출연하는 배우 30여 명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충실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유희, 결탁과 대립 등이 가미된 정치극과 애정극의 스펙트럼을 자유자재로 옮겨다닌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되는 것은 무대의 미학. 무대는 객석을 향해 펼쳐진 삼면의 흰 액자처럼 구성된다. 그 안에 로마신화 속 로물루스와 레무스상, 이집트의 스핑크스 조형물 등을 세워 상징성을 부각했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24일부터 27일까지다. 일본어로 공연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02-2005-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