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50만원 입금하는 것 맞으시죠?"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기업은행 서울대역 지점.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객장에 울려 퍼진다. 고객으로부터 전해받은 돈을 두 번 세 번 혹시라도 실수할새라 반복해 세어본다.
현재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인 김 계장은 이 학교에서 가장 먼저 사회인이 됐다. 불과 몇개월전까지만 해도 꿈도 못꿨던 은행에서 직장생활의 첫 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막연히 은행에 취직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은행은 대학생 언니오빠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져 엄두도 못냈었어요. 그런데 올 상반기에 채용 공고가 났고 그간 틈틈이 공부해 자격증까지 따뒀던 금융관련 지식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죠"
김 계장은 학교에서 증권투자상담사와 재경관리사 등 재무관련 수업을 열심히 수강했다. 방학 때에도 실무에 도움이 될만한 과목이라면 모조리 챙겨 들었다. 면접에 대비해선 거울 앞에서 활짝 웃는 연습을 끊임없이 했다. 실력과 미소. 이 두가지가 그녀를 합격의 길로 안내한 셈이다.
물론 10년이 훨씬 넘게 사라졌던 `고졸 출신`의 공백을 메우기는 결코 쉽지는 않았다. `고졸인 내가 부족하지는 않을까?`라는 자격지심도 적지 않았다. 연수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고졸 출신이란 점에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점 분들이 더 꼼꼼히 가르쳐주세요. 어린 나이에 취직했다고 오히려 기특하다고 칭찬도 해주시구요. 덕분에 저도 신나게 일하고 있답니다. 저 고졸이라고 움츠러들지 않아요"
아직까진 회식 때 술 한 모금 못마시는 미성년자이지만 어엿한 은행원으로서 사회에 발을 내디딘 김 계장의 목표는 무엇일까. "업무가 손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연습하고 그 후에는 보험과 펀드 관련 자격증을 따고싶어요.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정규직 행원이 되는 거죠. 이제 남들과 동일한 출발선상에 섰으니 더 열심히 해서 인정받는 은행원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