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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아일랜드의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던 빅테크들이 직원 감축에 나서면서 아일랜드에선 1000개에 육박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빅테크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수십년 동안 낮은 법인세율(12.5%)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 본사를 자국에 유치해 왔다. 그 결과 현재는 아일랜드 50대 기업 중 절반 가량이 미국 기업이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메타, 마이크로포스트(MS), 트위터, HP, 델, IBM, 오라클 등 다국적 빅테크 미 기술기업 대부분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둔 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는 최근 전 세계 인력 중 13%를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직원수를 절반으로 줄였으며, 이 과정에서 해외 근로자들 상당수가 해고됐다.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도 전체 인력 중 14%를 감원하겠다고 지난달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문제는 아일랜드가 빅테크 및 다국적 제약회사들로부터 법인세 수입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올해 9개월 동안 이들 기업으로부터 확보한 세수입은 140억유로(약 19조 4500억원)에 달한다. 또 아일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자본시장 근로자 중 12%는 해외 기업들이 고용한 인력이다. 아일랜드 재무부에 따르면 아일랜드 전체 일자리의 6.5%를 차지하는 기술 근로자는 소득세 수입의 10%를 기여하고 있다.
아일랜드 메이누스 대학교의 인적자원 관리 부교수인 진 쿠셴은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우리 기술 업계가 혹한기에 접어들게 되면 이를 상쇄할 만한 마땅한 성장 분야도 성장 동력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술 컨퍼런스 ‘웹 서밋’의 공동 설립자인 패디 코스그레이브는 “더 큰 문제는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는 아일랜드의 일자리와 세수 모두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아일랜드는 미국 주도로 추진 중인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언제 발효될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