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경영권 인수보다 각자의 경쟁력 제고가 더 나은 결정이라고 판단했다”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을 기점으로 몰라보게 달라진 회사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두고 양측 논의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일반 제조업 회사와 달리 ‘아티스트가 곧 가치’인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 투자에서 나타나는 한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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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업계에 따르면 컴투스(078340)와 자회사인 위지윅스튜디오(299900)는 지난 27일 아티스트스튜디오 및 아티스트컴퍼니 경영권을 인수하는 투자합의서 해제를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앞선 지난해 12월 컴투스와 위지윅스튜디오는 아티스트스튜디오와 아티스트컴퍼니를 자회사로 두는 신생 법인 아티스트홀딩스(가칭)에 각각 250억원, 800억원 등 총 1050억원을 투자해 아티스트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컴퍼니(매니지먼트)와 아티스트스튜디오(콘텐츠 제작 및 IP 유통)를 자회사로 두는 형태로 경영권(지분 51%) 인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아티스트컴퍼니는 이정재, 정우성, 안성기, 박소담, 고아라 등이 속한 매니지먼트 회사로 아티스트스튜디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티스트스튜디오는 지난해 12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비롯해 이정재가 감독을 맡으며 정우성과 함께 주연 배우로 출연하는 영화 ‘헌트’ 등을 제작했다.
컴투스는 투자합의서 체결 당시 아티스트스튜디오와 아티스트컴퍼니 소속 배우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자체 게임 개발 등을 추진하고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Com2Verse)’ 생태계를 위한 전략적 시너지를 높여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순항하는 듯 보였던 투자합의가 돌연 해제된 것을 두고 양측은 각자의 경쟁력을 도모하는 것이 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당사자 간 글로벌 콘텐츠 사업 역량 강화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십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및 협의를 진행한 결과, 지분투자를 통한 협업구조보다 각자의 사업분야에 대한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투자해제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이어 “투자해제합의는 어느 누구의 위약 또는 일방적 해제가 아닌 당사자들간 완전한 상호 협 하에 체결됐다”고 덧붙였다.
◇ 달라진 기업가치…연예기획사 투자의 이면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가 무위로 돌아가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양측이 합의서 체결 당시 어떤 조항을 넣었느냐에 따라 계약 해제는 유동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의서 작성 시 ‘당사자 간 특이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합의를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성격의 조항을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정재가 출연한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대흥행 이후 아티스트컴퍼니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이정재는 오징어게임 출연 이후 미국 배우 조합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자연기상 등 국제 시상식을 연거푸 거머쥐면서 국제적 인지도가 껑충 뛴 상황이다. 여기에 정우성이 제작에 참여한 ‘고요의 바다’의 호평, 이정재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헌트’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최초 공개되면서 국제적 관심이 뜨거워지고 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몇 달 새 확 달라진 분위기를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의가 재차 불거졌을 수 있고 끝내 결론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일반 제조업이 아닌 연예인이나 아티스트 기반의 회사 투자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한 흐름이라고 짚는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컴퍼니와 같은 회사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어떤 아티스트를 보유했는지와 같은 ‘인적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투자에 이견이 발생하고 갈등이 깊어져 소속 아티스트들이 이탈이라도 하면 투자 의미가 없어지므로 투자 합의를 해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