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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걸림돌 제거하라"..분주한 KT

양효석 기자I 2009.02.25 14:22:55

합병차질 우려 나오자 `대규모 자사주 소각` 카드
외국인 주주 설득·추가 대응책 마련 등 분주
`주가부양 추가 카드는 무엇?` 촉각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KT가 KTF와의 합병에 걸림돌이 되는 사안들을 제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쪽에선 조건없는 합병승인을 얻기 위해 논리싸움을 벌이고, 다른쪽에선 합병 차질 우려를 낳은 주식매수선택권 부담을 덜기 위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꺼냈다.

이석채 KT(030200) 사장은 25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비롯 주주들이 최소한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합병후에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건비를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KT 주가는 이날 11시20분 현재 6.01%가 오르면서 3만7950원을 기록중이다.
 
지난 24일 KT 주가는 3만5800원, KTF주가는 2만6300원에 마감됐다. 이 같은 주가는 합병에 반대할 주주에게 지급되는 매수청구 가격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KT의 매수청구 가격은 3만8535원, KTF는 2만9284원이다.

일반적으로 매수청구 가격은 주가 보다 낮게 결정된다. 하지만 양사가 합병을 결의한 1월20일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떨어지면서 매수청구가격과 주가가 역전됐다. KT는 1조원, KTF는 7000억원 이상 매수청구권이 청구되면 합병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합병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지난해 합병을 진행하다가 주식매수선택권 물량이 많아 취소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도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시장에서는 KT가 주가부양을 위해 추가로 카드를 쓸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분주해진 IR팀..큰 손들과 접촉중

합병 발표 이후 KT IR팀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국내외 큰 손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설득하기 위해서다.

KT는 이달 9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뉴욕·샌프란시스코를 돌며 투자자 미팅을 했다. 이 기간중 이석채 사장도 수일동안 직접 미국을 방문, 주요 투자자들을 만났다. IR팀은 또 24∼25일 싱가포르에서 NDR(Non-deal Road Show)을 한데 이어 26∼27일 홍콩에서 열리는 한 증권사 IR컨퍼런스에 참가할 예정이다.

최근 해외 로드쇼를 다녀온 김연학 KT 전무(CFO)는 "국내 기관들은 매입하고 있는데 반해 외국인 주주비율은 한때 40% 후반대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39% 까지 내려갈 정도로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석채 사장도 "최근 외국투자자들을 만나보니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면서 "하나는 합병실현 계획과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CEO의 의지였고, 다른 하나는 필수설비 등 정부의 규제내용이 합병법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였다"고 밝혔다.

KT는 불안해 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주가부양 카드를 꺼냈다.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5000억원을 투입해 매수청구를 줄이는 것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들어갈 잠재적 비용 보다 적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다우지수가 12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국내 증시도 외인 매도 속에 약세장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KT·KTF 주가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T가 주가부양에 5000억원을 투입하면 합병 이후 투자여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KT가 올 상반기중 회사채 발행한도를 1조2000억원까지 설정하는 등 자사주 매입비용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비용으로 차입을 늘릴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오늘 KT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앞으로 주식매수청구가격 이상으로 올라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합병시너지가 제한적인 것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앞으로 방통위의 인가조건이 주가에 추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T IR팀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는 얘기다.

◇또 다른 카드는 무엇일까

김연학 전무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주가하락 가능성을 걱정하면서 "합병을 위해 우리가 가진 카드는 다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T가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KT가 보유하고 있는 전화국 등 부동산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실제로 동부하이텍은 최근 보유중인 토지 279만여㎡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통해 2868억원의 재평가이익을 봤다고 밝혔다. 재평가이익은 곧 재무제표 개선으로 이어진다.

현재 KT가 보유중인 토지·건물 자산총액은 5조4707억원이다. 하지만 이 자산에 대한 장부가액은 오래전에 평가된 것으로, 현재가치로 재평가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KT가 필수설비 조직을 분리한 뒤, 분리한 조직으로 상당수 인력을 재배치하고 KT-KTF 합병법인의 몸집은 가볍게 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경쟁사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 조차 필수설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이를 통한 인력재조정을 하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다. 예를들어 필수설비를 운영할 신설법인을 만들고 이 법인에 현재 인력중 30%만 배치해도 합병법인의 인건비로 연간 약 8000억원 정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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