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정동영 승부수 이제부터

정태선 기자I 2005.06.24 19:33:45
[edaily 정태선기자] 남북이 13개월만에 다시 만나 대화의 물꼬를 시원스럽게 텄습니다. 어느 때보다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원형테이블에 둘러앉아 오손도손 얘기꽃을 피우면서 서로를 치켜세우는 덕담들이 무성했습니다. 북한 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긴강감이 가시지 있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의 장관급이 만나 크고 작은 현안들을 합의하고 같은 목소리를 낸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경제부 정태선 기자가 이번 회담을 지켜본 느낌을 전합니다. 서울서 열린 제 15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예전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권호웅 북측 내각 책임참사가 나란히 서서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는 모습을 저녁뉴스에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신경전을 벌이면서 공식일정을 넘기거나 밤을 새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 남북회담의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남북관계를 오래동안 지켜본 기자들은 회담장소인 호텔에 아예 별도의 방을 잡아놓고 밤샘작업 이른바 `뻗치기`를 늘상 각오해야 합니다. 끝까지 밀고당기다가 새벽녁쯤에 겨우 알려지는 몇몇 합의 내용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서로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으르렁되던 모습을 조금씩 줄일 수는 기회가 마련된 것은 다행입니다. 정치군사, 경제협력, 인도주의 분야에 관한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모두 원래의 궤도로 복원되고, 연말까지 예정된 대화일정이 14차례나 넘으니 풍성한 결실로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무난하게 끝난 이번 회담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역시 남측수석대표였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일 것입니다. 정 장관은 이번 회담의 연출겸 주연을 도맡아 하면서 대권주자로 단단히 자리매김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감이 나도는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해결사의 모습을 각인시켜줬으니까요. 회담 첫날인 지난 21일 정 장관은 지난 5월초 돌아가신 모친의 49제였지만 `못 가뵙지만 맡은 일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기도를 올린 뒤 회담장으로 왔다는 후문입니다. 남북문제는 정 장관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반드시 풀어야할 숙명이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웠을 겁니다. 지난달 개성에서 열린 차관급회담, 이어 6.15 5주년 평양행사에서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그리고 일련의 만남을 집대성해야 하는 이번 장관급회담까지 정 장관은 정말 숨가빴습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대답을 듣고 왔을 때 그는 빛을 발산했습니다. 지난해 7월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이후 곧 터져나온 조문파동과 대량탈북자문제로 경색된 남북관계때문에 줄곧 `가슴앓이`하던 정 장관도 모처럼만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일수 있었죠. 공동합의문을 권호웅 참사와 나란히 읽어내려갈 때 정 장관의 기쁜 마음은 절정에 달했을 겁니다. 방송앵커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면 이번 회담은 정치적 파워를 키워주는 계기가 된거죠. 하지만 정 장관의 대북행보가 정치인의 냄새를 풍기면서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정 장관은 6.17면담을 하고 온 귀국직후 청와대 보고에 앞서 공항에서 면담내용을 상세히 공개했고, 이는 통상적으로 `청와대 보고이후 공개`라는 상식에서 벗어나, 언론(9시 뉴스)를 염두해 뒀다거나 `벌써부터 레임덕?`이라는 뒷말을 남겼습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 면담때 밝히지 않은 `숨겨진 내용`이라며 정 장관 입을 통해 일부가 뒤늦게 흘러나오자 북한과의 뒷거래 의혹을 낳기도 했죠. 이러한 뒷말때문에 정 장관은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조급한 발걸음을 내밀고 있고, 결실을 빨리 보기 위해 `퍼주기`식 접근을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또 13개월 동안의 남북 냉각기간엔 대북정책을 풀어서 설명하거나 나름대로의 의견을 펼치기 보다 주어진 원고를 읽듯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말과 표정으로, 전문성과 경험에서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정 장관을 둘러싼 뒷말은 남북관계복원과 북핵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평가 속에 묻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득하고 이끌어 가야 하는 북한과 한반도 상황은 언제나 그렇듯 흔들림없는 정책과 뚝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의 대화상대인 북측이나 관련국들이 간단한 상대가 아니니까요. 정 장관이 `회담신동`으로 치켜세운 북측대표 단장 권호웅 참사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는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도 조용히(?) 1400억원 가량의 쌀과 500억원어치의 비료지원을 약속받고 돌아갔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복귀시기는 여건을 봐서라는 전제를 달아, 여전히 협상여지를 남겨두고 말입니다. 우리도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대화채널의 재가동이란 측면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남북관계에서 `우리끼리 민족공조`, `협상상대의 말이 버릴 것이 하나 없다`며 존중하는 태도도 소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 장관의 정치적인 색깔이 협상력을 좁히거나 상대에게 조급함으로 비쳐지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될 것입니다. 특히 정 장관이 대선주자라면 보여주는 `비주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정 장관의 승부사적 기질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입니다. 남북관계에 더욱더 발전된 컨텐츠를 갖추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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