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아라파트 사망..중동정세 지각변동

피용익 기자I 2004.11.11 13:23:46

권력투쟁 돌입하면 혼란 가중
중동 평화협상 진전 기대도

[edaily 피용익기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7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중동 지역의 균형추 역할을 해오던 그의 죽음은 중동지역 권력지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중동전문가들은 아라파트 수반의 사망으로 인해 그와 협상을 거부해온 미국이 중동평화협상에 다시 개입, 중동지역 평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의 사망으로 팔레스타인 내부에 잠재돼 있던 갈등요인들이 폭발, 내부 권력투쟁의 소용돌이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해결되기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라파트 이후의 중동 정세 아라파트 수반의 사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그의 사망으로 팔레스타인이 권력의 공백상태에 빠진다면 내부의 권력다툼을 촉발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반면 아라파트를 대체할 뚜렷한 후계자가 부상한다면 팔-이 관계는 최소한 대화체제로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이스라엘은 아라파트의 사망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권력투쟁과 치안혼란 등 부정적 상황 전개를 우려면서도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 아라파트의 유력한 후계자로 압바스 전총리가 꼽히고 있다. 압바스는 지난해 4월 자치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했다가 5개월만에 중도 하차했으며 현재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집행위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스라엘도 압바스의 귀환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바스는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대화가 가능한 온건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이스라엘은 그가 아라파트와 불화로 지난해 9월 사임한뒤 자치정부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있다. 그러나 아라파트의 죽음으로 팔레스타인이 권력투쟁 모드로 들어간다면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개별 정치집단들이 선명성 경쟁을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면 무질서와 치안부재의 혼미한 상황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애널리스트인 샬롬 하라리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과격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NA)와 PLO, 파타에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하마스는 이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PLO와 파타 지도부 등은 라말라에서 비상회의를 소집해 일부 권력에 대한 이양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무장단체 하마스가 아라파트의 사망을 계기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의회의 하난 아슈라위 의원은 "아라파트 사후의 정세는 두 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이 일어나거나 최소한 팔레스타인 각종 세력들의 응집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팔·미-팔 관계 개선되나 아라파트 수반의 사망이 중동의 정세를 안정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아라파트와의 대화를 거부해왔던 이스라엘과 미국이 평화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을 지지하지만 아라파트 수반이 제거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었다. 따라서 아라파트의 사망은 중동평화회담의 진척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권도 전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교체는 평화협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중동정책을 담당했던 마틴 인딕 브루킹스연구소 이사는 "아라파트의 사망은 팔레스타인에 새로운 지도부를 형성해 미국의 협상에 개입과 중동 평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샤라 바흐바 전 팔레스타인 대표부 관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평화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아라파트 수반의 사망에 따른 중동 평화 정착을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라파트보다 강경한 지도자가 팔레스타인에서 선출될 경우 미국이나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한층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테러활동을 아라파트가 지원해왔다는 이유로 아라파트와의 대화를 거부해 왔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