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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현대車..파기 환송에 `덜커덩`

김종수 기자I 2008.04.11 16:25:29

노사갈등, 원자재값 상승 등 3중고

[이데일리 김종수기자] 11일 오후 정몽구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상고심 선고 내용이 알려지자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직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차(005380)로서는 최근 노조의 특근 거부에 따른 생산 차질에다 원자재가격의 상승,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세계경기 침체 등 어려운 국면에서 전해진 '비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은 비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나라 전후방 산업에 영향이 가장 큰 자동차 기업을 이끄는 총수의 재판결과가 이렇게 나와 매우 당혹스럽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총선 이후 경제살리기에 더욱 매진하고 있고, 기업들도 비지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 분위기에 맞춰 경영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최근 경제가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이번 판결이 자칫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 충격에 휩싸인 현대차그룹 = 작년 12월,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 유치 성공 소식을 갖고 돌아온 현대차그룹 정 회장의 표정은 유난히도 밝았다. ‘젊은 오빠 정몽구 회장님 사랑해요’라는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하듯 두 손을 맞잡아 올리며 활짝 웃었다. 그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 중 하나인 세계박람회 유치에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지난달 정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을 계기로 재계 화합을 위한 리더를 자처하고 나섰다. 3월 13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을 주재한 것.

이같은 분위기에서 나온 이날 판결에 현대차는 더욱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항소심의 사회봉사명령은 위법,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파기 취지를 밝히면서 자칫 파기환송심에서 정 회장에 대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법무실 등을 중심으로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향후 고법에서 진행될 재판을 성실하게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경영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아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파기환송심에서 사회봉사만 강화하고 집행유예는 변화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고 있다. 형량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 현대차, "갈 길이 바쁜데..." = 현대차 그룹은 오는 2010년까지 국내외에서 총 60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을 세우고 미국.러시아.브라질.체코 등에서 공장을 신.증설하고 있다.

또 미래의 운명을 좌우할 친환경 미래차 개발 등에 올 한해 1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산적한 경영현안을 헤쳐나가기 위해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한시도 쉴 틈없이 뛰어다녀야 할 형국이다.

실제 정몽구 회장의 최근 일정은 국내외 현장경영과 회의, 대외행사 참석 등으로 꽉 짜여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들어 노사 문제, 정 회장 재판, 원자재가 상승 등 '3각 파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최근 물량 배분 등을 이유로 특근 거부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 인도 중국 등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고 있고 자동차 업체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날 판결로 정몽구 회장이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물론 향후 경영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과 사내 결속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터진 악재라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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