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시장은 올랐다 내렸다 하기 마련입니다. "어라, 이 종목이 언제 이렇게, 코스피 지수가 어느새" 하고 놀라는 것은 제법 긴 시간이 흐른 뒤죠. 최근 코스피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사상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더군요. 고민들 많으셨죠. 살까, 말까. 꼭지일까, 새로운 시작일까. 오상용 기자가 할 이야기가 있답니다. 들어보시죠.
○..10년만에 배를 가르기로 했다. 강산도 몰라볼 세월이라, 홀쭉했던 배가 이제는 칼이나 제대로 들어갈까 싶다.
집사람도 입술이 타는 모양이다. 세월의 흔적을 피해갈 수 있었겠나만 초조하면 앞니로 손톱을 자근거리는 버릇은 여전하다. 귀여운 사람.
등짝과 무릎으로 마루를 훑으며 뒹굴던 큰 딸과 막내도 신기한가 보다. 10년이라. 너희가 세상에 나기도 전이구나.
"많이 아프면 어떻게 해" 작은놈이 묻는다.
"바보야 가만 있어" 큰 딸 애는 제법 의젓한 티를 낸다.
○..장장 1시간이 걸렸다. 허리가 쑤시고 다리가 저렸지만 착실하게 헤아렸다.
"얼마야 얼마?" 집사람이 촐싹댄다.
"응, 100만원이 조금 안되네."
"와아, 그게 어디야."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생활 10년을 함께 했던 돼지 저금통을 깼다. 150만원은 돼야 하는데. 아쉽다. 다음달 14일 결혼 10주년을 앞두고 계획한 제주도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
○.."쯧쯧" 버릇없는 놈, 아침부터 혀를 찬다. 저금통 이야기를 꺼낸 내가 바보지.
"선배 어디가서 증권 담당 기자라고 하지마세요." 상용이 이놈, 한술 더 뜬다.
밥먹으러 가려는데 메신저가 떴다. 발신자 `thug`
"또 왜?"
뜬금없이 "6만1800원" 그런다.
"뭔데?"
"97년 5월13일 삼성전자 주식의 종가"란다.
결혼 기념으로 삼성전자 주식 10주만 사뒀으면 10배의 수익을 냈을 거란다. 제주도가 아니라 유럽인들의 꿈인 타히티 보라보라섬 해변을 뒹굴고도 남을 돈이란다.
부족했는지 한마디 더 이죽댄다. "동전들, 지폐로 바꾸기 전에 보리이삭(50원 뒷면)이나 다보탑(10원 뒷면) 뒤집어진 거 없나 잘 살펴봐요. 희귀동전이라도 건지면 태국에라도 갈 경비는 나오는데 ㅋㅋ"
○.."예끼 고얀놈".
이 녀석, `이데일리 리포트` 꺼리가 없다며 나를 팔겠단다. "소재로 딱"이라나.
"술사라"
"넵"
*모 선배와의 이틀간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우선 기사화를 허락하신 그 선배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코스피가 슬금슬금 꽤 오르고 있죠. 어제는 중국 때문에 급락하더니 오늘은 또 언제 그랬냐는듯 신이 났네요. 요즘 주식시장 보면서 고민하시는 분, 안타까워 하시는 분 계실 겁니다.
"허어 그때 사두지 그랬어요"하고 말 꺼내면 짜증 내실 분들 많습니다. 지나놓고 놔서 결과만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면 무슨 의미냐는 거죠.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이 대목에서 잠시.
얼마전 모 증권사 이사 한 분이 데일리 리포트에 썼던 글이 기억납니다. "의심하는 투자자는 끝까지 의심만 할 뿐이다. 주저하기만 하고 시장의 장기 전망을 불신하는 사람들은 2000포인트에서도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
이어 한마디 덧붙입니다. 장기추세에 대한 신뢰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그분께 `혹 직접 투자를 하시는지, 넉달치 봉급 쏟아붓고도 느긋해 할 수 있으신지` 여쭤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을 제대로 하려면 조급한 마음가짐으로는 안된다는 동서고금의 이치를 말씀하신 걸로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앞으로 10년후 우리는 또 전광판을 보며 이럴지 모릅니다. "아! 그때 사둘 걸...".
돈벌려면 결단력과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물론 주식시장에서는 루머를 쫓거나 시장 심리에 쏠리지 않는 치밀한 투자분석이 선행돼야겠죠.
말은 참 쉽습니다. 그래도 `10년간 10배 수익`이 앞으로 또 오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요. 차근차근 꼼꼼하게 골라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