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크루거 교수 "반도체 보조금 경쟁…수익 '제로'될 것"

하상렬 기자I 2024.06.28 11:18:01

세계경제硏·신한은행 국제금융컨퍼런스 기조연설
"관세 보복·보조금 정책, 모든 국가에 '루즈루즈'"
"반도체 보조금, 세금 더내고 과잉공급…수익 축소"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는 진단이 나왔다. 관세 전쟁이나 보조금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결국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 개회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축사를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수석부총재 출신의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은행이 공동 주최한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크루거 교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주의가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에서 탈퇴했고 보호무역을 시작했다”며 “이에 더해 중국에 대한 적대감으로 관세 조치를 하면서 WTO가 힘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크루거 교수는 대표적인 보호무역 제도인 보조금 정책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지 못한다고 짚었다. 그는 “미 행정부는 다른 나라에 관세 보복을 가하고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공정 경쟁 환경을 마련하지 못해 모든 국가에 ‘루즈루즈’(lose-lose)가 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판했다. 반도체 산업이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에 과잉공급돼 결국 수익이 줄어 ‘제로’(Zero)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크루거 교수는 “보조금 경쟁은 세금을 더 내게 할 것이고 시장에 반도체가 과잉공급되면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루거 교수는 관세나 보조금 정책이 비효율적이고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결국엔 정책이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 어떤 어려움을 가져올지 알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이 상호 의존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크루거 교수는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미·중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 △환경문제 대응 등을 들었다.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은행이 공동 주최한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하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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