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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급 살인,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했으며 살인미수 혐의로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태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수하일 아크타르 판사는 지난 6월 A씨의 범행은 ‘인셀 이념’과 연관돼 있기에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셀’(Incel)은 ‘비자발적인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칭으로 여성과 연애 등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이 판결은 캐나다 법원이 테러 행위를 인셀 동기에 의한 것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AP통신은 덧붙였다.
A씨는 17세이던 2020년 2월 토론토의 한 마사지 가게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 B(사망 당시 24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또 다른 여성 매니저에게 상해를 입힌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해당 마사지 가게에 찾아간 뒤 주머니에서 17인치(약 43㎝)에 달하는 흉기를 꺼내 B씨를 42차례 찔러 살해했다. 당시 B씨의 목소리를 듣고 매니저가 달려오자 A씨는 소리를 지르며 여성 혐오 발언을 한 뒤 흉기로 매니저의 흉부를 찌르고 손가락 일부를 자르기도 했다.
이후 그는 마사지 가게에서 빠져나와 흉기를 자신의 옆에 둔 채 길바닥에 누워 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에는 인셀 커뮤니티에서 여성 비하 표현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주머니에서 흉기를 갈 수 있는 숫돌과 운전면허증, 2018년 토론토 번화가에서 발생한 최악의 학살 사건을 언급하는 메모를 발견했다. 이는 자칭 인셀이던 20대 남성이 승합차를 몰고 보행자를 들이받아 26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으로 당시 재판부는 여성 혐오에 빠진 피고인이 타인을 살해할 목적으로 돌진했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범행 이후 구급대원들에게 마사지 가게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살해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B씨는 숨졌으며 매니저는 손과 팔, 다리에 중상을 입었다.
A씨는 스스로를 인셀이라 칭하고 여성을 폄하하는 등 인셀 이념을 받아들였다고 NYT는 설명했다.
A씨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계속 제시되자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A씨가 혐의를 인정한 뒤 그의 범행은 테러에 해당한다며 형량을 늘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초 A씨는 1급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지난해 피고인이 ‘인셀 이념’에 빠져 범행했다며 테러 혐의를 추가하라고 결정했다. 테러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을 경우 A씨는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을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이념이 테러 수준까지는 아니었고 그가 대중을 협박하려 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월 선고 공판에서 “나는 여성이나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는다”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전의 나에게 말을 걸고 싶다”고 했다.
검찰은 A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으로서의 형량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A씨가 수개월 동안 여성 혐오 이념에 대한 비디오와 기타 연구를 찾아봤다며 인셀에 의해 “세뇌”됐었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크타르 판사는 “영상에 담긴 B씨 살해 장면은 그 이념의 악을 반영한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단순히 살해한 것이 아니라 도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A씨의 범행은 여성을 혐오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테러 혐의를 인정한 이유로 “인셀 이념에 빠진 피고인은 인셀 집단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파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NYT는 “최근 여성에 대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캐나다에서 이 사건은 캐나다가 일부 폭력 행위를 테러로 분류하는 것을 재고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