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이후 여유롭게 투표에 나서려 했으나 배우자의 재촉에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했다. 사전 투표에서 이미 1시간 이상 기다렸다는 얘기가 나왔고, 투표 시간이 겹치는 등 문제가 해결됐다 해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가 80만명에 이른다니 투표소가 꽤 붐빌 터였다.
게다가 확진자는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 외에도 코로나19 확진 또는 격리자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증명해야 하고, 방역이나 거리두기도 더 철저하게 신경 써야 하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
코로나19 확진자에게는 거주 지역의 보건소가 외출 허용 문자를 발송한다. 외출 허용 시간은 오후 5시50분부터이며 6시 이후 투표소에 도착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기자는 확진자 사전투표일인 5일과 본 투표일인 9일, 두 차례에 걸쳐 문자를 받았다.
사전투표일에는 기침과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심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확진 후 시간이 지나고 증상이 조금이라도 완화한 본 투표일을 선택하는 것이 이웃에 대한 추가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나름의 생각 때문이었다.
선거 사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거리두기를 지켜 투표소에 입장했다. 이미 해당 투표소에서 여러 번 선거를 치렀는데, 확실히 이전 투표 과정보다는 시간이 더 소요됐다.
확진자이기 때문인지 기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권자가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끼는 등의 과정을 더 꼼꼼하고 철저하게 지켰다.
또 선거 사무원들은 신분증 확인 후 보건소가 보낸 확진자 외출 허용 문자를 자세하게 살폈다. 본인이 직접 받은 것이어야 하고, 전달받은 것이면 안 된다고 했다. 만약 보건소로부터 외출 허용 문자를 받지 못했다면 유전자증폭(PCR) 양성 확인 문자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사전 투표에서는 투표함이 없어 종이 상자나 쇼핑백 등에 유권자들의 표를 담아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했으나 본 투표에서는 시간을 분리해 그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자신의 표를 투표함에 넣는 과정이 일반 투표와 다를 바 없었다.
꽤 긴장했던 확진자 투표는 큰 탈도, 문제도 없이 10분 만에 끝났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에게 방호복을 입은 선거 사무원들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빨리 쾌차하세요”라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조금만 더 현장 상황을 고려, 사전 투표에서도 확진자를 분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기자가 방문한 투표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모든 투표소에서도 큰 잡음 없이 확진자 투표가 진행됐기를 바란다.
아이부터 온 가족이 차례로 코로나19에 확진되며 2주가량을 격리하고 맞는 짧은 외출이 아쉬웠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여겨본다.
외출 허용 문자에서는 거듭 투표 후 곧장 귀가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또 다른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방역수칙을 준수해 어서 귀가하라, 다른 사유로 외출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