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서 가게를 유지하는 이들이 태반인데다 고정비인 전기요금·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선 영업에 매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집단 항의 표시는 언감생심이다. 특히 뚜렷한 구심점을 잡을 단체가 없는 자영업 특성상 주장하는 방향을 한 데 모으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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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은 지표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시장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음식점업의 체감경기지수(BSI)는 29.4로 전년 대비 57.3% 감소했다. BSI는 100 이상일 경우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고, 100 미만일 경우 악화했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그 외 스포츠 및 오락관련(-67.1%), 개인 서비스업(-56.2%) 등 타 업종도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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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아내와 함께 지난달 29일 걷기운동에 참여했던 김모(47)씨는 생각보다 너무 적은 인원에 적잖이 당황했다. 김씨는 30분간 주변을 배회하다 취재진에게 “참여자가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며 “애들까지 데리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현장이 이렇게 휑하니 창피해서 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에서 가게를 5개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막상 시위 시작 시간이 되자 현장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자영업자도 상당수”라면서 “이게 현실이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부천에 거주하는 이씨 또한 “요즘 자영업자들은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도 다 내보내고 가게를 본다. 하나라도 더 파는 게 나으니까 시위를 참여하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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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업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을 하나로 모으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자영업자 관련 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 대한숙박업중앙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22개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각 단체가 모여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형성했지만 임시 조직에 불과하다.
한때 20여개 업계가 뭉쳤던 코로나19 비대위의 경우 최다 업종을 보유한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탈퇴한 이후 PC방, 공간대여업계, 호프 업계 등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 소속이었던 전국카페사장연합회도 7일 “운영 방향성에 대한 이견으로 별도 활동할 것”이라며 탈퇴를 선언했고 코인노래방 업계도 조만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같은 음식점이어도 1차로 가는 일반 식당이 있는가 하면, 호프집·고깃집 등 주류를 파는 2차 식당이 있는 것처럼 워낙 이해관계가 다양해 한 가지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1차 식당은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데도 음식점업으로 묶여 2차 식당과 영업시간을 동일하게 적용받아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 2차 식당과 분리해 스터디카페·PC방과 동일한 거리두기 단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식당과 카페가 거리두기 세부지침에서 2그룹으로 같이 묶여 있다”며 “주류와 비주류 판매업소로 나눠서 비주류 업소는 3그룹으로 변경해 PC방이나 스터디카페처럼 완화된 거리두기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업종별 상황과 이해관계가 다르니 모든 업종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장은 “볼링장,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노래방 업주들은 이번 거리두기 세부지침 조정에서 제외돼 저녁 6시 이후 2명 제한, 9시 영업종료(4단계 지역) 지침을 적용받는 게 납득이 안 가지만 우리만 인원수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에서 빼달라고 할 수가 없다”며 “모든 업종에게 적용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 이제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