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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대표 주자 테슬라를 포함한 전기차 관련주,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 대마초 관련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 등 최근 미 증시를 달구는 유행주들을 살펴보면, 1999∼2000년 닷컴 버블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투자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은 물론, 거품 생성 과정에서 주가 상승·하락 흐름, 투자 행태 등 다양한 유사점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평행이론이 적용된다면 해당 종목들의 투자 광풍에 뒤늦게 올라탄 투자자들에게는 불길한 징조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위 ‘꼭지를 잡아’ 손실을 보게 될 것이란 얘기다.
최근 미 주식시장 흐름을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해보면, 1999년 9월부터 2000년 3월 최고점까지 83% 폭등한 나스닥 지수가 최근 인기가 많은 상장지수펀드(ETF) 상승률과 비슷하다. 인베스코 태양광 ETF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고점까지 88% 급등했고, 블랙록 글로벌 청정에너지 ETF는 81%,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70% 각각 상승했다.
닷컴 버블을 주도했던 시스코 주가가 133%라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최근 테슬라 주가가 올해 최고점을 찍으면서 작년 9월 대비 110%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유사하다는 진단이다.
또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등 유행주들이 올해 2∼3월 정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25~33% 가량 손실을 냈는데, 지난 2000년 나스닥도 비슷한 기간에 4분의 1 가량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거래 행태도 닮아 있다. 지난 1999년말 미 증시 분위기는 기관투자자, 회의론자, 심지어 관망하고 있던 헤지펀드들까지 닷컴 종목에 대해 ‘사고 보자’식으로 매수했다. 이는 최근 태양광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관련 종목들을 ‘무조건 사고 보는’ 것과 유사하다.
WSJ은 “테슬라가 지난해 12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공식편입된 이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표방하고 나선 많은 대기업들은 기관투자자들의 필수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2000년 초반 닷컴 버블 당시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기업공개(IPO) 방식의 상장이 봇물을 이뤘는데, 최근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과 합병을 통한 상장 열풍이 불고 있다.
신문은 다만 이번엔 거품이 꺼지더라도 시장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20여년전보다는 훨씬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닷컴 버블 당시엔 2000년 3월 고점을 찍은 뒤 2002년엔 반토막 났다. 이는 미 경제·산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이번엔 미 증시 전반에 광범위하게 거품이 낀 것이 아니어서 충격도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WSJ은 “닷컴 버블 절정기에 나스닥 거품은 S&P 500 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현재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유행주들은 전체 종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정에너지 관련주, 전기차 관련주, 대마초 관련주는 물론이고 심지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닷컴 버블 당시와는 다르게 폭넓게 거품이 퍼져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여러 차례 나타난 ‘미니 버블’ 수준일 것이란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