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은행 기업대출이 크게 확대됐다. 동양그룹 사태 후폭풍으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등 직접금융 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으로 눈을 돌렸기 대문이다. 가계대출은 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636조5000억원으로 10월 말보다 5조8000억원 늘어났다. 증가액 규모는 전달보다 1조8000억원 확대됐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이 10월 2조8000억원에서 11월 4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은행 영업점들이 연말 실적평가를 앞두고 대출을 확대한 영향이 컸다. 또 11월 마지막 날 휴일로 결제성 자금이 12월로 이연상환됐다. 대기업대출도 운전자금 수요 등으로 1조3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대건 한은 금융시장부 과장은 “상반기엔 기업들의 CP나 회사채 발행이 많았는데, 하반기에는 별로 없었다”며 “기업들이 직접금융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11월 회사채 발행은 2000억원으로, 동양그룹사태 이후 늘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9월에는 1조4000억원이었으나, 10월 2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CP는 공기업 CP가 대규모 순상환되며, 순발행이 전달보다 3조8000억원 줄어들었다. 주식발행은 전달 현대로템의 기업공개(IPO), 한국가스공사의 유상증자 등 일시적 요인이 소멸하며 6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은행 가계대출은 10개월째 증가했다. 주택거래가 줄어들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반면,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은 늘어났다.
지난 11월 한 달 간 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10월(2조8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출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이 주택거래량 감소로 1조9000억원 늘어났다. 기타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은 9000억원 발생했다.
이 과장은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10월 7600호에서 11월에는 6500호로 감소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농어촌시설개량자금 등 제외 기준)은 47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수신은 10월보다 7조8000억원이 늘어난 1179조원을 기록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전달 2000억원 증가에서 8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월말 휴일에 따른 결제자금 유출이 지연된 영향이다. 정기예금은 전달 5조4000억원 증가에서 5조6000억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 과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제2금융권의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은행의 증가세는 확대되고 있다”며 “은행들이 예대율 관리 차원에서 예수금을 통한 자금유치에 힘쓴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338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주식형펀드가 주가 전망의 불확실성 등으로 1조4000억원 감소했고, 머니마켓펀드에서 국고여유자금 인출 및 유동성 규제강화 등으로 1조2000억원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