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환구기자] 26일 코스피가 전날의 반등 기운을 잇지 못하고 또 한번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하루만에 1500선을 내준 것은 물론 장중 1474.64까지 밀리며 올 장중 최저기록도 하회했다. 종가는 지난해 4월6일(1484.15)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했다.
뉴욕에서 불어온 한파에 아시아 증시 전체가 맥을 못 춘 하루였다. 밤사이 뉴욕증시는 금융불안과 주택경기침체 우려로 2% 가량 급락했다. 이에 장중 아시아 증시는 중국 증시가 3% 이상 밀린 것을 필두로 일본과 홍콩, 대만증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환율 급등세가 지속된 점도 불안심리를 부채질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1089.4원에 거래를 마쳤다. 가파른 오름세에 기가 질린 투자자들은 팔짱끼고 지켜보기를 택한 듯 했다. 거래는 전날에 이어 극도의 소강상태를 이어갔다.
이에 코스피는 전날보다 11.86포인트(0.79%) 하락한 1490.25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초 연저점을 이탈했지만 1500선에 미련을 못 버린듯 1502.33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체력저하를 드러내며 1490선에 간신히 턱걸이한 채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거셌다. 외국인은 엿새째 매도 공세를 이어가며 320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실적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는 IT주를 1300억원 넘게 팔아치웠고, 은행과 화학, 통신주도 매도공세를 가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낸 프로그램 매수세도 화끈했다. 선물시장 외국인이 전날에 이어 7000계약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하며 베이시스 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차익거래에서 5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수세가 들어왔다. 비차익거래는 19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1695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합계는 6599억원 순매수. 지난달 24일 이후 한달만에 가장 큰 규모였다.
업종별로는 IT주가 2.59% 급락했다. 대표적인 환율 상승 수혜주임에도 미국 기술주 하락과 LCD관련 업황 둔화 우려가 부각된 것이 조정의 빌미가 됐다.
삼성전자(005930)가 3.57% 밀렸고, 하이닉스(000660)는 2.38%, LG전자는 1.89% 떨어졌다. 삼성SDI(006400)도 3% 이상 하락했고, 한솔LCD와 LG디스플레이도 흐름이 좋지 않았다.
건설과 증권주도 약세 행진을 이어갔다. 금리 상승과 주가 불안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태영건설(009410)이 4% 넘게 빠졌고, 현대건설(000720)과 두산건설도 2% 이상 밀렸다. 우리투자증권(005940)과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한양증권도 나란히 3% 이상씩 내렸다.
철강과 조선주는 환율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다.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파생상품 평가손실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과 한진중공업(097230), 삼성중공업이 2~4% 급락했다. 포스코(005490)는 0.54% 하락했고, BNG스틸과 한국철강, 현대제철도 크게 내렸다.
반면 환율 상승으로 자동차주는 강세를 이어갔다. 현대차(005380)가 1.25% 오른 것을 비롯해 기아차와 쌍용차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통신주와 전기가스 등 경기방어주도 선전했다. SK텔레콤(017670)이 0.76% 올랐고, 한국전력도 0.95% 상승했다.
거래량은 2억980만주를 기록했고 거래대금은 3조1463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1개 포함 259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7개 포함 551개 종목이 내렸다. 보합은 74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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