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이 일단 중지됐지만 항공사 노조파업의 불씨는 살아있다. 상황에 따라선 항공대란이 다시 일어날 수 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교적 잠잠했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까지 파업을 예고하면서, 양대 항공사 노조가 연대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 조종사 노조는 최근 실시하고 있는 사측과의 단체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오는 19일 0시를 기해 B777 부기장 조합원들이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B777 부기장 조합원은 총 122명에 불과하지만, B777기종이 미주와 유럽·대양주 등 중장거리 노선에 주로 투입되고 있어 조종사들의 부분파업이 이뤄질 경우 국제선 운항 차질이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사측에서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범이나 모의비행훈련 심사횟수 감축 등 안전운항과 관련된 노조측 요구안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효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대변인은 "19일 0시에 부분파업에 돌입할지 여부는 사측과 교섭을 끝까지 해본 다음에 결론내릴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핵심쟁점은 조종사의 해외 체류시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이고, 사측이 수정안을 냈다는 사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노사 양측은 지난 16일 오후 36차 단체협약 교섭을 갖고 양측의 수정안을 교환했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해외 체류시 최소 휴식시간 30시간 보장 ▲모의비행 훈련 심사 1일로 변경 및 불합격 과목만 재심사 ▲정년 만 59세로 연장 ▲건교부 징계 조사기간 중 급여보장 ▲운항종료 기종 조종사 처우 조합과 합의 등을 최종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운항종료 기종 조종사 처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노사협의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수정안을 제시, 상당 부분 의견을 좁혔다. 그러나 해외 체류지 휴식시간, 모의비행 훈련 심사 등 일부 핵심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도 최근 사측과 임금협상 관련 본교섭을 열고 기본급 인상 등 쟁점사항에 대해 협의에 들어갔다.
노조는 기본급 7% 인상과 성과 상여금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정기 상여금 상향과 노사화합 격려금 지급 등의 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느 선에서 의견이 일치될 지는 미지수다.
이와 때를 같이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및 일반노조 등 국내 양대 항공사 3개 노조는 19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연대집회를 열기로 했다. 항공사 노조가 연대를 강화해 양 항공사의 적극적인 노사교섭을 촉구하자는 의도다.
이학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대변인은 "19일 양대 항공사 3개 노조의 집회를 계기로 항공노조 연대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향후 김포공항공사노조, 인천공항공사노조, (AAS)노조를 포함 총 6개 노조가 뜻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항공사 노조파업의 불씨를 당겼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문제도 완전히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 노사는 이달 25일까지 자율교섭을 실시한 후에도 성과가 없으면 내달 11일까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하에 다시 교섭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