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악성 림프종 환자의 B형간염 예방에 테노포비르 성분이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 연구팀은 악성 림프종 환자 중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저하된 광범위 큰 B세포 림프종 환자에 항바이러스제인 테노포비르(tenofovir disoproxil fumarate, TDF) 성분을 투여했을 때 B형간염을 유의하게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미국위장관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 호에 실렸다.
악성 림프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림프조직에 악성 종양이 생긴 질환이다. 악성 림프종의 40%는 ‘광범위 큰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이다.
DLBCL 치료에서는 세포독성 항암제와 암세포를 조준해 공격하는 단클론항체인 리툭시맙을 병행하는 것이 표준 방법이다. 이때 치료 과정에서 면역력이 저하돼 만성 B형간염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고 심각한 경우 간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받는 DLBCL 환자의 B형간염이 비활동성이라도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적으로 투여한다.
DLBCL 환자에는 B형간염 활동성을 억제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항바이러스제 라미브딘(lamivudine)과 엔테카비어(entecavir)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인 TDF의 항암제 병용 안전성과 예방효과에 관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 등 20개 의료기관에 전향적으로 등록된 비활동성 B형간염을 동반한 DLBCL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항암제와 TDF 병용 투여의 효과를 관찰했다. 연구를 위해 우선 18주간 항암제를 투여하고 이후 48주간 TDF를 예방 투여했다.
그 결과 TDF를 예방 투여한 48주 동안 B형간염 바이러스가 증식하거나 이로 인한 간 효소 수치 상승하지 않았다. TDF 예방 투여 중단 후 총 17명(23.2%)에서 B형간염이 재활성화됐는데, 그 시점은 TDF 예방 투여를 중단한 지 90일(중앙값) 이후였다. 또, B형간염 바이러스 증식으로 인해 간세포 손상을 나타내는 간 효소 수치(ALT)가 상승한 경우인 6명(8.2%) 또한 TDF 예방 투여를 중단한 지 88일(중앙값) 이후였다.
김진석 교수는 “B형간염을 동반한 상태에서 항암제를 투약한 광범위 큰 B세포 림프종환자에게 테노포비르를 사용했을 때 합병증 등이 발생하지 않았고 바이러스 재활성화 억제에 효과적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도영 교수는 “악성 림프종 환자에 항암제를 투여한 뒤 테노포비르 성분 예방 투여 종료 후 부분적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된 것을 관찰했다”며 “최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의 예방적 투약 기간에 관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