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시장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과 앞으로도 통화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따른 위험자산 추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중 사상 유례 없이 풀린 돈의 힘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밟았던 가상자산도 기약 없는 연준의 돈줄 죄기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비관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이틀 간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정책금리를 종전 2.25~2.50%보다 75bp 높아진 3.00~3.25%로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또 연준 FOMC 위원들의 향후 정책금리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에서 `이 정책금리가 올해 말 4.4%, 내년 초 4.6%까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뉴욕 주식시장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비롯한 3대 지수가 일제히 1%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가상자산시장에서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일제히 추락했다.
22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35% 하락한 1만8520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파월 의장 기자회견이 있던 즈음 장중 한때 1만8290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더리움은 이보다 더 큰 6%대 하락률을 보이며 125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연준의 `돈줄 죄기`에 가상자산 가격이 맥을 추지 못하는 건, 역사적으로 시중 유동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던 가상자산 시세와 관련이 깊다. 실제 미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에서의 M2(광의의 통화)는 비트코인 가격과 큰 흐름에서 결을 같이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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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연준이 이달까지 이미 세 차례 연속으로 75bp씩 정책금리를 인상해 온 것도 모자라, 내년 봄까지는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더 올린 뒤 내후년까지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한 만큼 가상자산시장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신세가 되고 있다. 실제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이미 11월 FOMC 회의에서 또 다시 75bp 정책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70%로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같은 월가 투자은행은 연준이 제시한 4.60%보다 높은 더 높은 5.0%를 최종금리로 전망하면서 연준이 자신들의 전망보다 실제 정책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준이 이처럼 가파르게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대 30만명에 이르는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고 핵옵션까지 입에 올린 탓에 달러화 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에 더 부담이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러인덱스와의 상관계수가 마이너스(-)0.90을 넘어서며 사실상 달러값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비트코인 입장에선, 추가적인 달러화 가치 상승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알렉산더 로레스 퀀텀이코노믹스 블록체인 리서치 이사는 “사실 최근 가상자산시장은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보다 미국 소비자물가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였다”며 “연준이 이처럼 매파적인 본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만큼 가상자산시장도 단기적으로 미쳐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봐도 시장 전망은 중립 또는 약세쪽으로 보인다”며 “아무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라 해도 이런 큰 흐름을 거스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조슈아 림 가상자산 파생상품 트레이딩 전문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일단 시장은 75bp 정도 금리 인상에 잘 버티는 모습을 보였고, 앞으로 있을 추가 금리 인상도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해 왔다”며 상승은 몰라도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임을 점쳤다.
그럼에도 “거래 가격보다 더 중요한 건 온체인에서의 활동이며, 그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시장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