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우, 대주주 95% 확보 안해도 상장폐지된다

김재은 기자I 2020.09.03 10:07:31

95% 매입규정 믿고 뛰어드는 투자자…"해당사항 없어"
유상소각안, 한앤코 지분 80%로 특별결의 통과 예상
11월 16일 주당 9297원에 강제 소각…"투자자 주의"

쌍용양회 본사 전경 (사진=회사제공)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지분 95%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진 상장폐지를 못한다. 그러니 얼마가 되더라도 회사 측이 매입할 것이다. 주당 10만원은 갈 거다.”

닷새째 상승세인 쌍용양회우(003415)선주 관련 종목토론방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쌍용양회우는 최대주주가 지분 95% 이상 확보하지 않아도 자동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이미 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 지분이 80%를 넘긴 데다 우선주 전량을 유상소각하기로 이사회 결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 전날 주춤하더니 다시 上 직행…닷새간 85% 폭등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분 현재 쌍용양회우는 전일대비 30%(6000원) 급등한 2만6000원을 기록중이다. 지난 1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2일엔 쌍용양회 측이 투자자 주의를 당부하면서 장 막판 상승 폭을 크게 줄이며 5.82% 오른 2만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이날 또다시 상한가로 치솟은 것이다.

쌍용양회우는 지난달 28일이후 이날까지 닷새간 주가상승폭은 85%(1만1950원)나 폭등한 상태다.

쌍용양회(003410)는 이사회를 통해 쌍용양회 보통주는 10대1 무상감자를, 쌍용양회 우선주는 100% 유상소각을 결정했다고 1일 공시했다. 우선주 유상소각 기준가는 주당 9297원이다.

오는 10월 12일 주주총회에서 이같은 이사회 결의가 통과될 경우 쌍용양회우선주는 발행된 154만3685주 전량이 소각돼 사라진다. 주식이 없기 때문에 자동으로 상장폐지되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선주를 전량 소각해 주식이 존재하지 않은데 따른 상장폐지 규정 자체는 없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주식이 없어져 상장폐지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고, 기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상소각에 따른 상장폐지는 보기 드물지만, 거래소는 이같은 안을 검토한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거래소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자진 상장폐지시 최대주주가 지분을 95%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우선주 자체를 전량 소각할 경우 빈 집만 있는 것으로 집(종목코드)을 상장폐지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는 뜻이다.

자료:마켓포인트


◇ 한앤코, 현 지분 기준 77억 손실…그래도 상장폐지 추진

우선주 전량 유상소각시 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현재 보유주식 기준 77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불가피하다. 공개매수 시점에서 주당 1만5500원으로 사들인 쌍용양회우를 9297원을 받고 강제 소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앤코시멘트홀딩스의 지분율은 80.27%(123만9089주)로 주당 손실은 6203원씩 총 76억8600만원에 달한다.

한앤코가 추가로 장내매수해 확보하는 주식이 늘어날수록 손실도 커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의 자진 상장폐지를 택한 것은 쌍용양회우선주가 그동안 경협주로 분류되며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급등락한 영향이 크다고 전해진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주당 1만5500원은 지난해 11월 장중 기록한 고점 1만5250원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기존 주주에게 충분히 보상하는 것”이라며 “유통주식수가 30만주에 불과해 조금만 거래가 이뤄져도 변동폭이 커 투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 역시 “이미 장내 매수가격 1만5500원을 밝혔는데도 이보다 높은 주가가 형성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대주주가 95%를 사들여야 하는 의무가 없는데도 급등하는 것은 기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쌍용양회는 오는 10월 12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유상소각안이 확정되면, 오는 11월 12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유상소각 기준일인 11월 16일에 기존 주주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주당 9297원에 유상소각된다. 특별결의는 총발행주식수의 절반이상 출석에 출석주주의 3분의 2이상(67%)의 찬성이 필요한 사항으로 현재 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 지분(80.3%)을 감안하면 안건 통과가 예상된다.

◇ “두 달이나 남았는데…” 배팅하는 투자자들

최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지난 1일부터 11월 11일까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식 30만4596주(19.7%)에 대한 장내매수를 추가로 진행한다. 창구는 미래에셋대우로 주당 1만5500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지난 6월 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주당 1만5500원에 공개 매수를 추진해 현재 지분 80.3%(123만9089주)를 확보했다. 현재 유통중인 30만여주는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남은 주식이다.

일각에선 현재 급등하는 쌍용양회우에 대해 상폐를 앞두고 닷새의 정리매매기간 급등락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심리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11월 12일까지는 두 달이상 남은 만큼 장중 거래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는 주당 1만5500원이 고가가 돼야 하지만, 지금 사서 더 높은 가격에 팔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며 “거래량이 적어 주가 변동폭이 큰 만큼 공시도 살피지 않고 무작정 뛰어드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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