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돌덩이'도 옮기는 펌프...휴지통 없는 화장실 가능해지나

강민구 기자I 2020.05.19 10:06:34

생기원 연구진, 황해전기와 ''단일채널펌프'' 국산화
제주도 상하수도 접목...상용화 추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1.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화장지 사재기 현상 여파로 하수처리 시스템이 마비됐다. 휴지를 미처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물티슈와 주방용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서 하수구가 막히고, 오수가 넘친 것이다.

2. 국내 공중 화장실에서 ‘휴지통 없는 깨끗한 화장실’을 표방하지만, 여전히 변기에는 휴지만 버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펌프에서 발생한다. 오폐수용 펌프가 휴지와 같이 물에 녹고 가벼운 물체는 옮길 수 있지만, 부피와 무게가 나가는 고형물은 이동 중 유로를 막아 펌프의 고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김진혁 박사팀이 중소기업 황해전기와 돌덩이같이 무겁고 부피가 큰 고형물을 옮길 수 있는 ‘단일채널펌프’ 국산화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진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왼쪽)와 차미영 황해전기 상무이사(오른쪽)가 개발된 단일채널 펌프를 바라보고 있다.<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최근 하수처리장에서는 구조가 단순해 제작하기 쉽고, 단가가 낮다는 장점으로 양 날개 대칭구조의 회전체가 장착된 2베인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이 펌프를 사용하면 양 날개가 맞물리는 구조로 확보할 수 있는 유로의 너비가 넓지 않아 고형물이 걸려 막히는 일이 전체 펌프 고장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용전력 대비 효율도 낮았다.

이에 김진혁 박사팀은 황해전기와 ‘단일채널펌프’를 개발했다. 개발한 펌프는 단일 날개구조의 회전체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유로 크기를 최대로 확보할 수 있어 크고, 단단한 고형물까지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기존 펌프 대비 50% 정도 효율을 높였다.

다만 태생적 비대칭구조에서 오는 심한 진동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진동이 지속됨에 따라 파이프 연결 볼트가 풀려 심각한 하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대칭 회전체로도 중심축이 치우치지 않도록 설계를 최적화해 ‘고효율 저유체유발진동 단일채널펌프 설계기술’을 개발했다. 회전하는 힘이 축 방향으로 가해지도록 최적의 수치를 조정했다. 또 회전하는 비대칭 회전체와 물을 모아 내보내는 달팽이관처럼 생긴 구조물인 벌류트의 상호작용에 의한 유체유발진동도 최소화했다.

개발한 펌프는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 상하수도에 실제 펌프를 설치해 현장에서 성능을 인증하고 있다.

펌프는 외산제품과 비교 시 동등한 성능을 갖췄고, 단가는 2~3배 낮췄다. 제품 주문부터 설치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되는 외산제품과 달리 일주일이면 납품까지 가능토록 했다.

수중에서 작동하는 펌프의 상시 모니터링시스템으로 사전 고장 예측 진단 기능을 갖춰 A/S 시장에서 활용 가능성도 높였다.

김진혁 박사는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설계기법을 개발하고, 황해전기의 제작기술을 활용해 제품 양산까지 가능했다”며 “앞으로 황해전기와 효율이 높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양 날개 대칭구조의 2베인펌프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