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12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의 미숙한 일 처리가 눈총을 사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특강을 기획했다가 이들의 심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병원 측과 제대로 상의도 하지 않아 결국 강연은 취소됐다. 특강을 하겠다고 밝힌 지 5시간 만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7일 오후 4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트라우마를 겪은 학생들을 학부모가 어떻게 돌봐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의 특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특강 취소를 밝히며 “학부모 교육도 치료 과정이라는 병원 측 전문가의 의견이 있어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 단원고 회복지원단 측에 따르면 이번 특강은 하루 전일 26일 조벽 교수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조 교수가 2학년 생존자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자문을 해주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 학생을 대하는 학부모 교육도 필요하다고 제안해 강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병원 실무진과 도교육청, 조 교수와 협의해 강좌를 열자고 합의를 했지만, 의료진 사이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이 문제가 된 모양”이라며 “특강 개념으로 접근을 했지만 의료진이 볼 때는 학부모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의학적 고려없이 이뤄지는 특강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 안산병원 측은 특강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이 협의를 했다고 밝힌 병원측 실무진조차 사전에 관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측 관계자는 “사전에 의료진과 상의를 하고 해야지 무조건 특강을 하겠다고 장소를 마련하라고 하면 되느냐”며 “관련 기사를 보고 오늘 특강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전에 어떤 얘기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환자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에 의료진 판단하에 특강을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