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금융구제 공동기금 설립, 가능성은?

양이랑 기자I 2008.10.16 14:59:41

세계은행 "논의사항 중 하나일 뿐..지역수준 기금은 배제"
FT "亞 각국 경제 수준 격차 커..이익 공유 어렵다"
`공동기금 설립할만금 심각한 상황 아니다` 지적도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증시 급락, 유동성 위기, 경기후퇴 공포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만연한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구제 공동기금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공조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각종 조치를 내놓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아시아 국가 간 공조체제를 구축, 글로벌 금융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지역적 금융구제 공동기금에 대해 IMF(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World Bank ) 등이 기본적으로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어,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아세안+한중일, 금융구제 공동기금 설립 동의"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한국, 중국, 일본 3국 등은 금융시장의 악성 채무 매입 등 위기에 처한 각국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은행(World Bank)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1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로요 대통령은 세계은행이 초기에 100억달러를 지원하고 10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과 한국, 중국, 일본,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경간 경제 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FT는 전문가들이 이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 국제통화기금(IMF) 대안으로서의 국제기구 설립을 의미하는 것인지 미심쩍어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금융회사에 자금을 투입키로 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요동치는 시장을 잠재우기라는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되자, 아시아 각국이 공조 태세를 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전일 "미국이 금융 회사에 250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지만 이는 증시를 끌어올리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아소 총리는 "미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내림세를 나타내는 등 증시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여태까지 위기 상황에서 금리 인하, 경기 부양책, 긴급 증시 조치 등의 전략을 공유해왔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공동 대응은 미비한 편이었다.

◇ 세계은행 "亞 금융구제 공동기금..논의 사항 중 한 가지에 불과"

그러나 세계은행은 이같은 지역적 금융구제 공동기금 설립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세계은행은 "아로요 대통령의 발언처럼 진전 상황이 빠르지 않은데다 이 제안은 논의되고 있는 무수한 사항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짐 애덤스 세계은행 동아시아 담당 부총재는 성명을 통해 "금융위기로 인해 곤경에 처한 국가들을 구제할 준비는 되어있지만, 특정 지역과 관련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 공동기금이 설립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으며, 이같은 지역 수준의 기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구제 공조 체제를 유럽과 달리, 아시아 각국간 경제 수준이 현저하게 차이나는 것도 금융구제 기금설립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아시아에는 일본과 같은 선진 경제와 버뮤다, 캄보디아 등 낙후된 경제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공동 기금 조성과 관련해 아시아 각국의 정치적인 대립이 없다손 치더라도, 각 국가간의 상이한 경제 수준 등으로 인해 공동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동기나 이익 공유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亞 금융시장, 자본재구성 긴박하지 않아..금융위기 재현 가능성 제한적`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의 금융시장이 신용위기로 위축됐지만 즉각적으로 자본을 재구성해야 할 은행이나 기업들은 없다고 보고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구제 공동기금을 설립할 만큼 상황이 긴박하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같은 기금 설립은 잠재적인 위기를 방어하고 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라자트 낙 이사는 "아시아가 또다시 금융위기에 노출될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며 "현 상황에서 더 악화되기는 힘들지만, 각국은 만약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실물경제가 (금융 위기의) 영향을 받겠지만 은행 부문은 악성 자산을 다량 보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리테시 마헤시와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나서 자본 구성을 재편할만한 `위기의 시나리오`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외환보유고 공동 출자..CMI 확장선상?

이번 금융구제 공동기금 이전부터 아세안 국가들과 일본, 중국, 한국 등 3개국은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단기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각국의 외환보유고를 공동 출자하는 것을 다년간 논의해왔다.

이같은 공동 외환보유고에 대한 논의는, 아시아 위기 발생시 역내 국가 상호간에 자금을 지원하는 양자간 통화스왑계약인 치앙마이이니셔브(CMI)의 확장선 상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지난 1997~1998년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등은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업들이 외채 부담 급증으로 인해 줄줄이 도산하자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었다.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보유고를 늘려왔고, 현재 이 국가들의 외환보유고 규모는 세계 외환보유고의 절반에 해당한다.

WSJ이 인용한 다우존스뉴스와이어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아시아 12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4조3510억달러로 집계됐다. 8월 4조3570억달러에서 60억달러 가량 줄었지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충분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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