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연 좌동욱기자] 여당이 종부세 기준 상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부동산세 완화에 목말라 있는 시장 기대심리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여당이나 정부 모두 "시장 안정을 전제로 세제 완화를 추진한다"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엔 뭔가 추진되는 것 아닌가'하는 일부의 기대와는 온도차가 상당하다.
◇이한구 "내부 과제로 정해둔 것"
26일 이한구 정책위의장(민생대책특위장)은 전날 종부세 기준 상향안이 다시 나온 배경을 "(민생특위)분과별로 3개 과제를 제출하라고 했더니 1분과 나성린의원이 제출한 과제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새 국회 개원을 앞둔 시점에 종부세 완화 얘기가 재등장한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의장은 또 "이번에 부동산세 문제와 관련, 새로 정부와 협의 또는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언론에서 크게 써서 그렇지, 내부적으로 과제를 정해 둔 것일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경우 세제 개편을 논의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새 정책위의장도 신중했다. 그는 이날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어떤 경우에도 움직일 수 없는 대전제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거나 시장이 불안해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강남지역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종부세 완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당론이나 당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기는 어려운 것.
이는 기존 한나라당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종부세 등 부동산세 완화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당이 공약했던 사항이다. 하지만 `시장 안정` 이란 대전제 앞에서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성향에 따라 산발적으로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현실화된 것은 없다.
◇집값 자극할라..정부도 여전히 신중
정부도 `언젠가는 공약을 실행하겠으나 시기는 시장이 안정된 후`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이런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표적인 종부세 폐지론자다. 그럼에도 정부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한 언급조차 극도로 삼간다.
재정부는 내부적인 검토는 계속 하고 있지만 시장 안정을 확신할 수 있을때까지는 카드를 꺼낼 의사가 없다. 한나라당 18대 당선자들이 종부세 기준을 상향한다고 했던 25일에도 재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개편을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재정부 입장은 올들어 매번 부동산세 완화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재정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에서 조사 하나 달라지지 않은 그대로다.
더구나 최근 법원이 최근 종부세의 부부합산 과세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했다. 헌재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정부는 이를 두고 `헌재 판단 이전에 종부세를 손질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 경우 연내 종부세 개편은 없다.
결국 당정이 모두 기존 입장과 달라진게 없는데 `종부세`라는 말만 나오면 일부 언론과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한 모양새다. 6억원 이상 고가주택보유자 및 침체된 부동산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높은 쪽에서 작은 소식에도 크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