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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이 대통령에게 꺼낸 ‘소피카’… 한국형 영화투자 세제혜택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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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09.09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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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자 개인에 최대 48% 세금 감면
프랑스, 40년간 25억 유로 민간자금 유치
독립·중저예산·신인 감독 작품에 투자 유도
韓 제작비 세액공제와 달리 ‘투자자’에 혜택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세계적인 감독의 작품조차 국내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한국 영화산업에 새로운 민간 투자 통로가 생길까.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 후 열린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이창동 감독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 후 열린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이창동 감독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창동 감독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프랑스의 영화·영상산업 투자제도인 ‘소피카’(SOFICA) 도입을 제안하면서 ‘한국형 영화투자 세제 혜택’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 감독은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영화인 간담회에서 프랑스가 영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소피카 제도를 40년간 운영해왔다며 국내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도 관계부처에 해당 제도를 확인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피카는 정부가 영화 제작비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가 아니다. 소피카는 영화·영상 분야에 투자하는 전문 금융회사로, 개인투자자 등 민간 자본이 지분을 취득할 경우 일정 요건 아래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에 따르면 1985년 도입 이후 약 25억 유로(약 3조 9024억 원)가 조성돼 3500여편의 영화·영상 작품에 투자됐다.

세금 감면율은 기본 30%다. 소피카가 일정 비율 이상을 제작사 자본에 직접 투자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36%, 추가 투자 요건까지 갖추면 최대 48%까지 높아진다.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투자처에도 일정한 조건이 붙는다. CNC에 따르면 2026년 투자분의 경우 소피카들은 비계열 투자 가운데 최소 91%를 독립 제작·배급에 투입하기로 했다. 영화 투자액의 74%는 제작비 800만 유로(약 124억 원) 미만 작품에, 35%는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작품에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정부가 세금을 덜 걷는 대신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중저예산·독립영화와 신인 감독 작품에 민간자본이 흘러가도록 설계한 셈이다.

성과도 적지 않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다호메이’,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플로우’ 등이 소피카 투자를 활용했다. CNC에 따르면 2026년 투자를 위해서도 약 7300만 유로(약 1139억 원)가 조달됐다.

한국에도 영상콘텐츠 관련 세제 지원은 있다. 현행 제도는 영화·방송·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제작사가 지출한 제작비 일부를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본 공제율이 15%이며 일정 국내 제작 요건을 갖추면 추가 공제도 받을 수 있다.

소피카와 가장 큰 차이는 혜택을 받는 주체다. 한국 제도가 ‘만드는 사람’의 제작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라면 소피카는 ‘돈을 넣는 사람’의 투자 위험을 세제로 낮춰준다. 정부 재정이나 정책펀드에 의존하는 대신 개인 자산을 영화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최근 국내 영화계가 겪는 투자난과도 맞닿아 있다. 이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도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해 결국 넷플릭스 투자로 제작됐다. 세계적인 감독의 작품마저 국내 영화자본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은 얼어붙은 투자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형 소피카가 현실화한다면 관건은 세제 혜택의 크기보다 ‘어디에 투자하도록 할 것인가’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처럼 독립·중저예산 영화와 신인 감독 작품에 일정 투자 비율을 두지 않는다면 세제 혜택이 흥행 가능성이 높은 대형 작품에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세법 개정과 세수 감소, 기존 모태펀드 및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와의 역할 조정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반면 제작지원금을 늘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민간자본 자체를 영화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투자절벽에 놓인 한국영화의 새로운 정책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관계부처 검토를 언급한 만큼 프랑스에서 40년간 운영된 소피카가 실제 한국 영화정책의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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