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유럽, 전기료 인상에 전기차 위기 "주유비보다 충전비 비싸"

방성훈 기자I 2022.12.26 11:46:33

유럽, 우크라發 에너지 위기로 전기요금 인상 지속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독일서 내연차보다 연료비 비싸
"전기차 전환 인센티브 줄어…온실가스 감축 차질 가능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의 전기요금이 치솟으면서 전기자동차 유지비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선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입장에선 전기차로 바꾸기 위한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가 줄어든 것이어서,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유럽 테슬라 슈퍼차저(급속충전소)에서 테슬라 ‘모델3’가 100마일(약 161㎞)을 주행하는데 드는 충전비용은 18.46유로(약 2만 5100원)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동급 내연차로 분류되는 혼다의 ‘시빅’이 같은 거리를 주행하는 데 필요한 주유비 18.31유로(약 2만 4900원)보다 비싼 가격이다.

이러한 연료비 역전은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가 올해 독일에서 슈퍼차저 충전비용을 7차례 인상한 데다, 독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이 겹친 탓이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올 상반기 kWh당 0.33유로에서 이달 0.43유로로 30% 가량 급등했다. 올 상반기 프랑스 전기요금(kWh당 0.21유로)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가격이다.

충전비용만이 전기차 유지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지속돼 전기요금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미 독일에선 일부 전력회사들이 내년 1월 전기요금을 kWh당 0.50유로 이상으로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이 하락할 수 있겠지만, 에너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구매시 제공해오던 보조금 혜택을 잇따라 폐지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의 지속적인 인상은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를 늦추고, 나아가 유럽의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WSJ은 전기요금 상승이 유럽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협하고, 유럽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투입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영국 전기차 담당 파트너 마리아 벵손은 “전기요금 상승으로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저렴해지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위기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전환의 티핑포인트(변곡점)를 2023~2024년으로 봤지만, 지금은 (브렉시트에 따른) 0.55달러 관세까지 고려했을 때 2026년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되면 (2026년보다도) 더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까진 전기차 충전비용 증가가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끼쳤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E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총 25만 9449대로 전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했다. EU에서 전체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를 기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