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결론난 론스타 소송…정부, 최선 다했지만 일부 패소

성주원 기자I 2022.08.31 10:59:14

론스타 청구금액 중 4.6% 인용…2925억 배상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서 "손해 봤다" 주장
제출 증거자료만 1546건…소송비용 470억원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CI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6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국제중재(ISDS) 결과, 우리 정부가 일부 패소했다. 다만 론스타가 배상을 요구한 청구액 대부분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판정은 중재절차가 시작된 지 10년만에 이뤄졌다.

법무부는 이번 론스타 사건을 심리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로부터 한국시간 31일 오전 9시경 판정문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925억원)와 2011년 12월부터의 이자(1개월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적용)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론스타 측 청구금액 46억7950만달러 중 약 4.6%가 인용된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매각’ 론스타 “韓정부 때문에 손해” 주장

론스타와 우리 정부간 분쟁의 발단은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부터다. 당시 론스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어온 외환은행 지분 51.02%를 1조3834억원에 인수했다.

이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일본에 골프장과 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사를 갖고 있었다.

론스타 CI
그러나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8%를 미달하자 은행법 시행령상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줬다.

이후 금융당국 부실 심사 등의 의혹이 제기됐고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2005년 이에 관련된 경제관료와 은행 경영진 2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진 가운데 론스타는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해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2007년에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원대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한 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한국 정부가 승인을 늦추면서 HSBC가 인수를 포기해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086790)에 넘겼다. 매각가는 3조9157억원이었다. 이때도 애초 계약금액은 4조7000억원이었다.

론스타는 결과적으로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2조7000억원 가까운 거액의 차익을 얻었지만,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소송을 제기했다.

◇10년간의 국제중재…양측 제출 증거자료만 1546건

ICSID는 론스타의 중재신청을 받아 2012년 12월 정식 사건으로 등록했다. 이듬해 5월에는 조니 비더 런던국제중재법원 부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중재 재판부 구성을 마쳤다.

재판부는 2013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서면 심리 절차를 밟았다. 정부와 론스타 양측이 제출한 증거자료와 증인·전문가 진술서가 각각 1546건, 95건에 달했다.

이후 2015년 5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미국 워싱턴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총 4차례 심리가 진행됐다.

이후 2020년 3월 의장중재인 조니 비더가 사임하면서 중재절차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3개월 뒤 윌리엄 이안 비니 전 캐나다 대법관이 새 의장중재인으로 선임되면서 중재절차가 재개됐고 같은 해 10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의장중재인과 당사자간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그해 11월 론스타는 우리 정부에 협상액 8억700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이를 수용하면 ISDS 사건을 철회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공식 협상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거절했다.

이후 ICSID는 지난 6월29일 중재절차 종료를 선언하면서 심리가 끝났다.

◇소송비용 470억원…TF 구성부터 국제분쟁대응과 신설까지

소송액이 6조원에 이르는 법정 다툼인 만큼 우리 정부는 지난 10년간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다. 론스타가 중재의향서를 낸 직후부터 국무총리실장(현 국무조정실장)을 의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도 참여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아놀드앤포터가 우리 정부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돼 대응 논리 개발에 주력했다.

론스타 사건 이후에도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ISDS 제기가 이어지자 2019년 4월 정부는 법무부 법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구성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는 국무조정실장 또는 법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국가투자분쟁 관계부처회의를 운영했다.

2020년 8월에는 법무실 산하에 ISDS 사건 대응 전담조직인 국제분쟁대응과도 신설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10여명이 팀을 꾸려 소송에서 정부를 대리하는 로펌을 지휘·감독하고, 분쟁 사건의 증거 수집, 서면 작성, 심리기일 참석 등의 실무를 맡았다.

정부가 지난 6월까지 법률 자문비, 중재 비용 등 론스타 소송 준비에 쓴 비용은 약 470억원이다.

경기도 과천 법무부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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