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사람 죽여” 바이든 비판에…美의회, SNS 책임강화法 ‘만지작’

김무연 기자I 2021.07.23 12:25:45

민주당 상원 2명, ‘건강 오보법’ 발의
가짜뉴스 유통책임 면제 조항 무력화 시도
페이스북·구글 등에 가짜뉴스 삭제 책임 부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미국 의회가 인터넷 플랫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이 ‘가짜 뉴스’ 유통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미국에서 ‘가짜 뉴스’를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얼마 전 코로나19와 관련해 부정확한 정보가 포털이나 SNS에서 유통돼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강력 비판한바 있다.

페이스북 로고(사진=AFP)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미 민주당 소속 에이미 클로버샤, 벤 레이 루한 상원의원이 이날 ‘통신품위법 230조’의 일부 조항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건강 오보법’(Health Misinformation Act)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법안은 공중보건 비상 상황에서 건강 및 백신 관련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경우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과 같은 플랫폼 업체가 해당 정보를 삭제토록 하고, 이에 실패하면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은 인터넷 플랫폼과 SNS가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의 95%에 별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영리단체 디지털 증오 대응센터(CCDH)의 연구를 바탕으로 발의됐다. 클로버샤 의원은 “이들(페이스북 등)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부유한 회사 중 일부”라며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SNS나 포털 등 인터넷 플랫폼에 올라온 허위·비방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작성자에게 묻고 정보를 유통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 및 명예훼손·비방 목적의 콘텐츠가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는데도 플랫폼 기업들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사진=AFP)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넷 업체에 지나치게 큰 권력을 주지 않겠다며 통신품위법 230조에 제약을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를 철회했으나, 백신 접종률이 목표치만큼 오르지 않자 그 역시 “SNS에서 백신 관련 가짜뉴스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SNS)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비베크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코로나19에 관한 허위정보가 백신 접종 속도를 늦추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SNS가 허위정보 확산을 조장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백신 미접종자 가운데 상당수는 백신에 대한 잘못된 속설을 믿는다고 지적했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통신품위법 230조가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소셜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산업은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잭 도시 트위터 CEO 또한 “통신품위법 230조는 신흥기업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가짜 뉴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플랫폼 업계에서도 통신품위법 230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은 “우리는 보건 관련 가짜뉴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미 의회 및 업계와 논의해 개편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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