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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4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관리동 내 국립무용단 연습실. 가수 볼빨간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를 편곡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두 남녀는 나란히 앉아 먼 하늘을 보다 눈이 마주친다. 풋풋하고 싱그러운 청춘의 사랑이 연습실을 가득 채운다.
국립무용단이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춘상’이다. 이번에 시도하는 것은 바로 대중가요와 한국무용의 만남. 이를 위해 한국 창작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 배정혜와 ‘향연’ ‘묵향’ 등 국립무용단 흥행작을 탄생시킨 연출가 정구호가 힘을 모았다.
이날 연습실에서 만난 배정혜 안무가는 “나이가 들어서야 제일 젊은 춤을 만들게 됐다”며 웃었다. 올해 70대인 배 안무가는 아이유·정기고·선우정아·볼빨간사춘기 등 요즘 젊은 세대들이 듣는 음악에 맞춰 ‘춘상’을 안무했다. 그는 “내 나이를 생각하니 오히려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면서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한국무용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춘상’의 시작은 배 안무가가 2002년에 발표한 ‘춤, 춘향’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었다. 정구호 연출은 “‘춤, 춘향’의 오리지널리티가 워낙 좋다보니 이를 개작하는 것보다 지금 시대에 맞는 2017년의 새로운 춘향전을 만드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작품 구상 과정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대적인 무용극을 떠올렸다. 정 연출은 “익숙한 멜로드라마의 형식에 대중가요를 더해 ‘네오 클래식’이라 일컬을 만한 한국무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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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시연을 통해 미리 본 ‘춘상’은 청춘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학생들의 파티 장면으로 시작하는 1장에서는 무용수들이 재즈 풍으로 편곡한 가수 선우정아, 정기고의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춘다. 한국무용의 몸짓이지만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 흥겨웠다. 첫 눈에 사랑에 빠진 주인공 춘과 몽의 2인무를 담은 2장은 사랑을 연기하는 두 무용수의 감정 표현이 춤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겨울연가’,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등에 참여한 작곡가 이지수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 음악감독은 “20대가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대중가요인 만큼 청춘의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대중가요가 가장 쉽고 명확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중가요를 무용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편곡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작품의 현대적인 분위기 때문에 느리면서도 부드러운 한국무용 특유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연출은 “한 나라의 문화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전통을 고수하는 그룹, 전통을 변화시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그룹, 전통과 상관없이 새로운 창작을 하는 그룹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전에 연출한 ‘묵향’이 전통 속에 모던함이 들어가 있었다면 ‘춘상’은 반대로 요즘 시대의 기록을 담을 수 있는 모더니즘 속에 전통을 담았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안무가도 “한국 전통을 기반으로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시대의 음악이나 분위기를 무시하고 가는 것도 예술가로서의 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통춤이 아닌 것 같은 사위지만 그 속에는 제가 추구해온 전통춤의 엑기스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극장은 ‘춘상’을 시작으로 새로운 레퍼토리 시즌에 돌입한다.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은 “그동안 창극을 시즌 개막작으로 선보이다 이번에는 무용으로 시즌 개막을 하게 됐다”면서 “국립무용단과 국립극장이 새로운 장을 연다는 의미에서 ‘춘상’을 시즌 첫 작품으로 선보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의 전작 ‘리진’에서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이요음·조용진이 춘과 몽 역으로 다시 함께 한다. 송지영·김병조도 페어로 함께 출연한다. 티켓 가격은 2만~7만원.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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